[기고] 새 지폐 나온 지 15년… 다음 모델로 ‘충무공 이순신’을 제안한다
지난 3일 일본이 20년 만에 새 지폐를 발행했다. 일본 시중은행에는 신권을 구하러 온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최고 액면인 1만엔 지폐의 새로운 모델은 일본 메이지시대 경제관료였던 시부사와 에이이치(澁澤榮一)였다.
화폐에는 국가의 정체성과 문화적 메시지가 담긴다. 해외여행을 가서 접하는 지폐에 담긴 이미지를 통해 그 나라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오늘날 일본 경제의 초석을 다졌다고 볼 수 있는 시부사와는 ʹ새로운 자본주의ʹ를 실현하겠다는 현대 일본 사회의 시대정신을 대표한다. 유로존의 경우 향후 새로 발행할 지폐의 주제로 ʹ유럽 문화ʹ와 ʹ강과 새들ʹ이라는 두 가지 테마를 선정했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의 화폐는 어떤 모습인가. 현재 쓰고 있는 지폐 4종은 2006년부터 2009년 사이에 교체된 것이다. 오랜 시간이 흘렀다. 달러나 유로는 다르다. 두 화폐는 마지막으로 지폐를 교체한 시기가 상대적으로 최근인 2013년 이후에 이뤄졌다.
5만원권이 처음 발행되면서 새 지폐가 마지막으로 나온 지 15년이 흐른 지금, 우리의 시대정신을 화폐에 새롭게 담아본다면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까. 대한민국이 가진 정체성은 우리가 역동적으로 이루어낸 경제적, 문화적 혁신 성과에서 찾을 수 있다. 대한민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아우르는 ʹ창조와 혁신ʹ의 상징적인 아이콘이 ʹ충무공 이순신ʹ임에는 우리 국민 남녀노소, 여야에 이견이 없을 것이다.
사즉생의 정신과 혁신적 리더십으로 이루어낸 그의 업적은 국난 극복을 넘어 전 세계 해전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승리로 평가된다. 광화문 광장에 우뚝 서 대한민국을 수호하는 충무공 이순신이야말로 10만원 지폐를 새로 만든다면 그에 걸맞은 상징이다. 그의 모습이 100원짜리 동전에는 새겨져 있지만, 100원짜리는 요즘 구경하기 어렵다. 이순신 장군을 10만원 지폐에 담는다면 오늘만 대충 산다는 ʹ오대산ʹ이라는 신조어가 팽배한 오늘의 우리에게 경종이 될 수 있다.
전 세계에서 지폐를 스스로의 힘으로 만드는 나라는 6국에 불과하다. 독자적으로 디자인한 화폐를 쓰는 것은 ʹ자주와 독립ʹ의 상징이기도 하다. 대한제국 시절, 경제 수탈 주범의 얼굴이 담긴 지폐를 사용해야 했던 우리는 눈부신 성장을 이루어 온전한 우리의 힘으로 화폐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얼굴인 우리 화폐가 더욱 당당하고 자랑스러운 혁신의 상징으로 새로 태어날 그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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