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의 창] 에너지 절약, 동상이행

2024. 7. 23.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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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는 자리마다 불을 켜 놓고 방으로 들어간 아이들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불을 끈 적이 있다.

에어컨을 켜는 기간이 3~4개월로 다소 한정적임을 고려하면 이 짧은 기간 상업시설 냉방이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다.

냉방 등 여름철 상업시설에서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이 에너지 절약의 관건이다.

카페, 식당, 숙박시설, 사무실 등에서 적정한 냉방으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도록 이용자, 관리자 모두의 동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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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는 자리마다 불을 켜 놓고 방으로 들어간 아이들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불을 끈 적이 있다. 최대한 선풍기로 견디다가 자녀들이 덥다고 하면 에어컨을 켜고, 취사가 다 된 전기밥솥의 코드는 바로 뽑는다. 전기를 아껴 쓴 만큼 현금으로 돌려주는 에너지캐시백도 가입한다. 이처럼 가정에서 누군가는 에너지 절약을 꼭 실천하고 있다.

그러나 무더운 여름 카페는 카디건을 걸칠 정도로 서늘하고, 호텔에 가면 에어컨을 틀어 놓고 외출할 때도 있다. 집 밖에서는 에너지 절약에 대한 마음이 잠시 꺼진다. 커피값, 숙박비에 에너지를 마음껏 쓸 수 있는 비용도 포함됐다고 생각해서일 것이다.

이렇게 가정 안과 밖에서의 서로 다른 에너지 소비 습관은 전체 에너지 소비현황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가정의 에너지소비량은 7.3%나 크게 줄었고 국가 전체의 에너지소비량도 3.2%나 감소했다. 그러나 전체 전력 소비의 3분의1을 차지하는 상업·공공 부문의 에너지소비량은 최근 3년간 계속 증가했다. 특히 상업·공공 부문은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전력 사용 비중이 높은데 전력 소비량 또한 늘고 있다.

특히 여름철 상업 부문의 냉방 전력 소비는 국가 전체 전력 소비의 10% 이상을 차지해 여름철 전력피크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에어컨을 켜는 기간이 3~4개월로 다소 한정적임을 고려하면 이 짧은 기간 상업시설 냉방이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다.

냉방 등 여름철 상업시설에서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이 에너지 절약의 관건이다. 이번 여름에는 가정에 비해 다소 무관심할 수 있는 집 밖의 에너지 절약을 위한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여름철 에너지효율에 이상적인 실내 온도는 26도이며 적정온도 준수가 에너지절약임을 시민단체, 경제·상업 단체들과 알려 가고 있다. 26도면 아주 쾌적하고 시원하며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문을 꼭 닫고 냉방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에어컨 설정온도를 1도 올릴 때마다 전력 사용량은 4.7%씩 줄어든다. 영업 매장이 문을 열고 냉방을 하면 문을 닫고 냉방할 때보다 냉방에 필요한 전력량은 약 66%, 냉방을 포함한 전체 전기요금은 33% 증가할 수 있다. 카페, 식당, 숙박시설, 사무실 등에서 적정한 냉방으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도록 이용자, 관리자 모두의 동참이 필요하다.

올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여름철 적정 실내온도 26도를 지키기 위한 ‘온도주의’를 선언했다. 온도주의는 ‘온도를 주의(注意)하자’, ‘온도주의(主義)자가 되자’ 등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정부는 상업 부문의 에너지효율 개선을 위한 정책 지원도 추진하고 있다. 소상공인의 에너지비용 부담을 완화하고 에너지효율을 개선할 수 있도록 목욕탕과 숙박시설 등에 히트펌프 설치, 냉·난방기와 냉장고 등 고효율기기 교체 사업들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어떤 개그맨이 여름철 에어컨을 켜고 긴팔을 입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자 여름이 덥고 겨울이 추운 건 자연스럽다, 과도하게 추울 정도로 에어컨을 켜고 더울 정도로 난방하는 것은 낭비라는 댓글들이 이어졌다. 적정한 실내온도 준수가 아닌 과도한 냉난방은 에너지 과소비이자 기후 위기의 원인일 수밖에 없다. 에너지를 절약하는 실천이 다 모이면 발전소 하나를 덜 지을 수도 있고 기후탄소 중립에 도움이 된다. 에너지 절약과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여름에는 좀 덥더라도, 겨울에는 좀 춥더라도 가정의 안팎에서 적정 온도를 준수해 보자.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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