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우체국에 '포용금융' 전진기지 구축하자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최근 시중은행의 영업점 폐쇄가 늘고 있다. 지방 소재 은행의 영업점 수도 빠르게 줄고 있다. 이는 은행의 비용절감과 모바일 금융거래 확산으로 대면 영업창구 필요성이 줄었기 때문이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은행 영업시간 단축으로 일과시간에 은행 방문이 어려워진 직장인 등 상당수 고객이 비대면 거래로 전환한 점도 한몫한다.
디지털 은행거래가 활성화하고 있지만 금융서비스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있다. 노인층, 저소득층, 외국인 근로자, 장애인 등이 대표적이다. 디지털 금융 이용이 어려운 취약계층의 금융소외 현상은 디지털 금융확산의 역기능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금융접근성 제고 및 금융거래 비용 절감은 2016년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각국의 금융정책 현안으로 자리잡았다. 이른바 ‘포용금융’이라는 정책 기조는 최근에도 각종 서민금융 대출상품 출시를 견인한 바 있다.
하지만 포용금융은 한시적 지원에서 벗어나 상시적 지원 개념으로 전환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략경영에 기반한 은행 등 금융사의 자발적 참여가 필요하다. 즉, ‘약자를 위한 배려차원의 금융서비스 지원’이라는 개념에서 탈피해야 한다. 포용금융이 상생금융의 개념을 내포해야 한다. 상생(相生)이란 은행과 금융소비자가 함께 혜택을 누리는 ‘윈-윈’ 구조이다. 수익창출에 기여하는 금융소비자층을 대상으로 잠재적 금융수요를 유도해낼 수 있도록 포용금융은 은행의 전략적 선택이 되어야 한다.
필자는 올해 초부터 최근까지 국민통합위원회의 ‘포용금융으로 다가서기’ 특별위원회(특위)에 참여해 취약계층의 금융접근성 제고를 위한 과제발굴에 힘써왔다. 특위는 취약계층이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과제 챙기기에 노력을 경주해왔다. 취약계층의 금융접근성 제고 측면에서 은행 영업점 이용에 불편을 겪을 수 있는 이들을 위한 지원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은행권의 적극적인 협조와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은행은 비용절감 및 취약계층의 금융수요 확보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자발적·적극적 자세가 요구된다.
첫째, 은행 대리업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이는 인가제 또는 허가제가 아닌 진입규제가 약한 등록제를 통해 겸업을 허용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은행 업무를 우체국에 위탁하도록 하는 방안이 가능해진다. 은행 영업점을 대신해 물리적 접근성이 좋은 우체국의 점포망을 활용한다는 취지가 있다. 우체국은 전국 2500여 개의 점포망을 갖추고 있으며, 그중 약 50%가 농어촌 지역에 위치한다. 지방의 은행 영업점 폐쇄 속도가 빠른 점에 비추어보면, 우체국 점포를 통한 은행 업무 영위는 대안적 해결방안이다. 실제로 일본도 약 3000개의 우체국을 은행 대리점으로 활용하며 은행 영업점 폐쇄에 대비하고 있다.
둘째, 우체국과 은행 간 공동점포를 운영하는 방안도 효과적이다. 최근 은행은 현금사용 인구가 줄고, 점포 운영비용 절감 차원에서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철거하고 있다. ATM을 관리할 영업점 직원 부족도 한몫한다. ATM은 신용카드 발급이 어려운 저소득층 및 외국인 근로자가 주로 이용하는 금융거래 수단이다. 충분한 점포망을 갖춘 우체국이 은행 영업인력이 근무할 거소를 제공한다면, 은행은 ATM 설비 유지 등 영업점 업무 영위가 가능할 전망이다. 은행 영업점을 폐쇄하고, 우체국에 대한 리모델링 비용 부담 후 우체국 점포 일부를 은행 창구로 활용하는 방안이 포용금융 실현과 은행의 비용절감 목표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다.
디지털 금융시대 취약계층의 금융소외 현상은 한층 심화할 개연성이 있다. 포용금융 실현은 소소한 생활금융의 불편함 해소에서부터 가능하다. 금융거래는 사회활동의 시작점인 만큼 이용자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 금융거래 방식에 엄연한 차이가 있음에도 은행의 비용절감 필요성으로 불가피하게 영업점·ATM 기기 폐쇄 등 금융 접근성을 제한하는 불편함이 초래된다면, 상생금융의 관점에서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즉, 비용절감 및 잠재적 금융수요 창출의 관점에서 은행은 대안을 찾아야 한다.
포용금융을 사회적 공헌이란 방식으로 접근하면, 은행의 적극적 지원을 유도해낼 수 없다. 정부도 은행의 자발적 포용금융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디지털 금융사업 확대에 필요한 겸영업무 허용, 비금융사 출자한도 확대 등 유인책 마련에 더욱 주력해야 할 것이다.
정병묵 (honnez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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