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경계 구역’ 지정된 佛시테섬, 무인도처럼 썰렁

파리=조은아 특파원 2024. 7. 23.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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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이렇게 없는 광경은 처음이에요. 정말 비현실적이네요."

파리 올림픽 개막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19일 프랑스 파리 시테섬.

128년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센강에서 야외 개막식을 여는 파리시는 18일부터 개막식 주변 지역을 '테러 경계구역(회색 지역)'으로 지정했다.

과거 파리에서 테러가 많이 일어났던 만큼 당국은 올림픽 기간에 통제 구역을 통과하려는 이들을 까다롭게 조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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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소 많아 항상 관광객 북적이던 곳
2m 울타리 세우고 QR코드 검문
주민-올림픽 관계자 증명해야 통행
파리올림픽 D-5, 바리케이드에 둘러싸인 에펠탑 2024 파리 올림픽 개막을 닷새 앞둔 21일 프랑스 파리 에펠탑 인근 도로에서 경찰들이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통행을 제한하고 있다. 프랑스 당국은 26일 개막식이 열리는 센강 인근에 경찰과 군 저격수를 대거 배치했으며, 경기장 주변은 인공지능(AI) 감시 카메라 등을 동원해 보안을 강화했다. 파리=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사람이 이렇게 없는 광경은 처음이에요. 정말 비현실적이네요.”

파리 올림픽 개막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19일 프랑스 파리 시테섬. 파리를 관통해 흐르는 센강의 중앙에 위치한 이 섬에서 만난 노천 서점 부키니스트 주인 크리스틴 프라발 씨는 홀로 도로에 앉아 이같이 말했다. 노트르담 대성당, 파리시청사 등 관광 명소가 있어 항상 관광객이 모여드는 시테섬 일부가 무인도처럼 썰렁해졌기 때문이다.

128년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센강에서 야외 개막식을 여는 파리시는 18일부터 개막식 주변 지역을 ‘테러 경계구역(회색 지역)’으로 지정했다. 주변에는 2m 높이의 울타리도 세웠다. 이 지역 안으로 통과하려는 사람은 사전에 정부에서 심사를 통해 발급받은 QR코드를 경찰에게 제시해야만 한다. 특히 가장 경계 수준이 높은 회색 지역은 올림픽 행사 관계자나 취재진 등 제한된 인원만 QR코드를 받아 진입했다.

19일 프랑스 파리 에펠탑 인근에서 울타리로 차단된 길을 건너려는 시민들이 경찰 검문을 받고 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한 주민은 기자에게 “감옥에 갇혀 있는 느낌이다. 이 재앙 같은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회색 지역보다 센강에서 멀어져 경계 수준이 낮은 ‘빨간 지역’은 도보로는 자유롭게 지날 수 있다. 하지만 차량과 자전거는 QR코드 검문을 받아야 했다.

정부의 정책 홍보 부족 탓인지 복잡한 지침을 숙지하지 못한 주민들은 QR코드를 받지 못하거나 발급이 지연돼 불편을 겪었다. 에펠탑 인근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앙드레아 테고 씨는 “QR코드를 발급받기까지 시간이 걸려 근처 병원 예약 증명서와 직장 근무 서류를 제시해 겨우 이 지역을 통과했다”고 말했다.

올림픽 기간 차량이 통제되고 경기장과 개막식장 주변을 중심으로 지하철역 17곳이 폐쇄돼 급하게 이동해야 하는 시민들의 불편도 커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전거로 출근하는 직장인이 크게 늘었다.

시 당국은 경계를 철저히 강화하려 하고 있지만 최근 샹젤리제 거리의 ‘루이뷔통’ 매장에서 경찰이 칼에 찔리는 등 도심 곳곳에서 사고가 발생해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 파리에서 테러가 많이 일어났던 만큼 당국은 올림픽 기간에 통제 구역을 통과하려는 이들을 까다롭게 조사하기로 했다.

21일 르몽드 등에 따르면 내무부는 올림픽 참가 선수 및 코치, 언론인, 자원봉사자, 경찰 등 관계자 100만 명을 심사한 결과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는 인물 4355명을 추려내 올림픽 행사장 출입을 막았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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