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방문 네타냐후, ‘바이든이냐 트럼프냐’ 난감한 줄타기 몰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2024. 7. 23.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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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방미 하루전 대선후보 사퇴
레임덕 우려속 무기지원 등 협상
차기 유력 트럼프 눈치까지 봐야
“전선 확대 상황 벼랑끝 형국” 지적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전쟁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22일부터 미국을 방문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대선 후보직 사퇴로 큰 딜레마에 빠졌다.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미 의회 연설 등이 예정된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후보를 사퇴하자 일각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레임덕(lame duck·권력 누수)’까지 거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부터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은 최근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 예멘의 시아파 반군 후티 등과도 치열한 교전을 벌이고 있다. 전선(戰線)이 확대되며 미국의 무기 지원이 더 절실해진 상황에서 미국 내 정치 격변으로 네타냐후 총리의 입지가 상당히 애매해졌다. 바이든 대통령, 바이든 대통령의 대체 후보가 될 차기 민주당 대선 후보는 물론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의 눈치까지 봐야 하는 그가 ‘조심스러운 줄타기’ 행보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 대선 후보 사퇴한 바이든과 정상회담

네타냐후 총리는 23일 미 워싱턴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24일엔 미 의회 상·하원 합동 회의 연설에 나선다. 그는 22일 워싱턴으로 떠나기 전 취재진에 “미국 국민이 (11월 5일 대선에서) 다음 대통령으로 누구를 선택하든 (미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 친구들에게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없어서는 안 될, 가장 강력한 동맹국’이라고 말할 것”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당초 미 현지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후 대선 후보 사퇴를 발표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그의 출발 하루 전인 21일 바이든 대통령이 전격 사퇴했다. ‘레임덕’에 빠질 수 있는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해야 하는 것이다. 내년 1월까지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가 남아 있지만, 무기 지원 등 주요 사안을 논의하기엔 아무래도 부담스럽다.

그간 이스라엘이 바이든 대통령의 휴전 협상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올 11월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을 감안해 휴전 협상을 미뤘다는 것이다.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21일 “네타냐후 총리가 휴전 협상을 노골적으로 지연시키고 있다. 바이든이 레임덕으로 인해 휴전을 강하게 압박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후보의 재임 시절 돈독한 교분을 유지했다. 트럼프 후보 또한 당시 이스라엘의 서안지구 정착촌 확장을 막지 않는 등 친(親)이스라엘 정책을 견지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네타냐후 총리가 방미 중 트럼프 후보와의 회담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 “바이든-트럼프-국내 반대파 모두 만족 어려워”

네타냐후 총리의 상황이 녹록지는 않다. 팔레스타인 민간인 대량학살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 내부에서는 그의 사퇴와 조기 총선을 주장하는 반(反)정부 시위가 격화하고 있다. 동시에 그의 정치적 기반인 극우 연정은 확전을 요구하고 있다.

AP통신은 “네타냐후 총리가 극우 연정, 바이든 행정부, 트럼프 후보를 모두 만족시키긴 무척 어려울 것”이라며 “그가 정치적으로 벼랑 끝을 걷고 있다”고 진단했다. 북부 국경에서 헤즈볼라와의 전면전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후티와의 전면전 가능성이 높아진 것 또한 부담이다.

예멘과 이스라엘 사이에 위치한 사우디아라비아는 “역내 긴장을 줄여야 한다”며 양측 모두에 자제를 촉구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사우디가 사실상 이스라엘의 예멘 공격을 묵인했다고 본다. 이스라엘군이 후티 공격에 쓴 최신예 전투기가 예멘으로 가려면 사우디 영공인 홍해 상공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 탓이다. 반이스라엘 정서가 팽배한 중동 곳곳에서 “사우디가 팔레스타인을 적대시하는 이스라엘 편을 들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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