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신 칼럼] 기후변화시대의 불편한 현실
전 세계가 이념 갈등 속에 자유민주국가와 사회주의국가들 간의 힘겨루기, 국내에서는 볼썽사나운 정치 행태, 풀리지 않는 의정 갈등 등 속 시원한 것 하나 없는 여름철을 맞고 있다. 여기에 더해 지난 6월 서울의 기온은 평균 30도를 넘는 폭염이 이어진 데 이어 폭우가 쏟아지는 여름철 극한 기상이 동시다발로 한반도를 덮치고 있어 우리를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한국의 연평균 기온이 10년에 0.2도씩 올라 세계 평균의 3배에 달하는 속도라고 한다. 북위 55도에 위치한 모스크바는 7월 초 134년 만의 기록적인 더위로 34도까지 치솟았다. 인도의 경우 이미 매년 폭염 기록을 갈아 치우며 ‘열 스트레스’로 수많은 사람이 사망하고 있다. 기후변화 전문가들은 현재 기후변화를 막지 못할 경우 고온다습한 환경으로 변한 지구에서 수백만명이 목숨을 잃을 것이며 전체적으로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더위를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흔한 얘기로 더위를 먹은 탓인지 국내에서 최근 각종 재해와 교통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안전사고가 계속적으로 재발하는 이유 중 하나는 사회적으로 만연한 안전불감증이라 할 수 있다. 지난 7월1일 밤 서울시청 앞에서 역주행으로 보행로에 서 있던 9명이 숨지는 끔찍한 사고가 발생해 시민들이 느끼는 충격은 더욱 크며 누구라도 참사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감 속에 대한민국은 안전한가를 자문하게 된다. 또 6월 말 23명이 숨진 화성시 일차전지(리튬) 공장 화재 사고는 총체적 안전불감증이 드러난 가운데 특히 이주 외국인들에게 사고 발생 비율이 높은 원인은 안전 예방수칙을 ‘몰라서’ 당하는 사고가 너무나 많다는 것이었다. 안전불감증에는 “나는 괜찮겠지”라는 심리적 기대가 지배적으로 대한민국의 과학기술과 경제 수준은 선진국에 진입했는데 안전에 관한 대응과 행동은 아직도 후진국을 벗어나지 못해 매우 안타까운 실정이다.
뉴욕타임스 5월1일자에서 ‘기후변화는 우리를 편집증적이고, 불안하고, 분노하게 만들고 있다’를 주제로 클레이턴 페이지 올던의 신저서 ‘자연의 무게 (The Weight of Nature)’를 소개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간을 포함한 지구상 생물의 뇌신경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지구 전체가 광란의 도가니로 치닫고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 같은 논리를 적용한다면 최근 발생한 재해와 교통사고 등도 기후변화로 인한 인간의 뇌신경 변화에 의한 결과라고 가정한다면 마치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인간 세계의 처참함을 상상할 수 있다.
독일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의 막시밀리언 코츠 박사의 연구팀은 학술지 네이처 4월17일자에 발표된 연구논문에서 기후위기로 인한 전 세계 연간 피해액은 매년 38조달러(5경2천139조원)이며 이를 극복하는 비용은 그 6분의 1인 6조달러(약 8천250조원)로 기후위기의 극복은 경제적으로도 이익이라고 발표했다. 이 연구팀은 지난 40년 동안 전 세계 1천600개 이상 지역의 일별 기온과 강수량 등 기상 변동성을 고려해 경제 성장과 그 지속성에 미치는 영향 등을 분석한 결과 향후 26년 이내에 특히 북미와 유럽을 포함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19%의 소득 감소가 예상되며 남아시아와 아프리카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의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긴급한 기후행동(climate action)이 필요한 이유는 미래가 아닌 현재 건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며 “기후위기는 비전염성질환 발생률을 높이고 보건의료 인력과 인프라를 크게 위협할 수 있는 건강위기”라고 피력했다.
2006년 미국의 앨 고어 전 부통령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불편한 진실’이란 말로 역설했으나 이제는 기후위기의 실상을 알면서도 외면하는 ‘불편한 현실’이 우리 앞에 와 있으므로 기후변화에 침묵하는 사회 분위기를 깨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기후위기가 우리 주변의 생활 안전뿐 아니라 인류 생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속적이고 효율적인 홍보교육을 통해 사회 전반의 불안감을 해소시켜야 한다. 더욱 뜨거워지는 한여름에 시원한 맥주잔을 마주치며 다시 한번 “지구는 차갑게, 사랑은 뜨겁게”라고 외쳐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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