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학 세계에 알린 선구자… 번역한 시집만 60권

김한수 기자 2024. 7. 23.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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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만해대상] 문예대상 안선재 수사
2024만해문예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안선재 (Brother Anthony) 서강대 명예교수가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 자신의 작업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선재 수사는 한국의 시와 소설을 영문으로 번역해 세계에 알린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하게 됐다. /전기병 기자

2024만해문예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안선재(82·본명 앤서니 그레이엄 티그) 수사(修士)는 한국 문학을 영어로 번역해 세계에 알려온 선구자다. 영국 태생으로 옥스퍼드대에서 중세 문학을 전공한 그는 1969년 프랑스의 초교파 그리스도교 수행 공동체인 ‘테제공동체’에 입회했다. 필리핀에서 활동하다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권유로 1980년 한국에 온 그는 서강대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중세 문학과 영시(英詩)를 강의하던 중 주변의 권유로 한국 문학에 관심을 갖고 영역(英譯)을 시작했다. 서강대 명예교수, 단국대 석좌교수, 영국 왕립아세아학회한국지부 명예회장 등 다양한 직함을 가진 그에게 ‘교수, 번역가, 수도자 중 어떤 호칭을 가장 선호하는지’ 묻자 망설임 없이 ‘수사’라고 답했다. 그에겐 교직과 번역 모두 수도(修道) 생활이었던 셈이다.

구상 시인의 시집이 첫 번역 작품. 김광규, 고은, 서정주, 신경림, 천상병, 도종환, 정호승 등의 시집 60권과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 이금이의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 등 소설 10여 권을 번역해 영어권 출판사에서 출간했다. 최근에는 박노해 시인의 ‘노동의 새벽’을 번역·출간했다. 번역을 마치고 출간을 기다리는 책도 10여 권에 이른다.

안 수사는 “만해의 이름으로 수여하는 상을 받는 저로서는 선생의 큰 업적에 비해 한 일이 너무 적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낀다”며 “만해대상의 영광은 원작 시를 창작한 시인에게 돌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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