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엔 길고, 호황엔 짧다? K팝이 깬 ‘치마 길이 지수’
에스파 윈터는 뮤비서 짧고 풍성한 치마

데뷔 2~3년 남짓한 K팝 4세대 걸그룹 패션이 100년간 이어져 오던 패션-경제 속설을 무너뜨리고 있다. 걸그룹 뉴진스의 하니가 지난 6월 일본 도쿄돔 공연에서 선보인 미디스커트(무릎 밑 길이의 치마)와 에스파의 윈터가 지난 5월 신곡 슈퍼노바 뮤직비디오에서 입은 버블 미니스커트(거품처럼 풍성하게 퍼지는 느낌의 짧은 치마)가 동시에 세계적 인기를 끌면서 ‘짧은 쪽이냐, 긴 쪽이냐, 어느 쪽이 유행인지 도통 알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여성의 치마 길이는 경기 변동을 전망하는 지표로 꼽혀왔다. 이른바 ‘치마 길이 지수(Hemline Index)’. 1926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 와튼스쿨 교수이자 경제학자 조지 테일러가 “경제 호황기에 치마 길이는 짧아지고, 하강기엔 길어진다”는 내용의 이론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실제로 1960년대 경기 상승기에 미니스커트가 크게 유행하고, 1987년 일명 ‘블랙 먼데이’로 불리는 주가 대폭락 직전에 미디스커트가 거리를 덮다시피 하면서 신빙성을 높였다.
하지만 최근 어정쩡한 길이의 치마가 급증하면서 혼선을 빚고 있다. 미국 패션지 보그는 “짧기만 한 것도, 길기만 한 것도 아닌, ‘이도 저도 아닌(neither here nor there)’ 패션 스타일은 경제적 혼란과 정치적 불확실성이 만들어낸 새로운 풍경”이라고 전했다. 예컨대 코로나 당시 가장 유행했던 게 이른바 ‘미디’ 길이 치마였는데 이것이 전쟁과 이상기후 등 불확실성이 커진 세계에서 끊임없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것. 미국 뉴스위크는 “각종 전쟁과 기상이변 등 한 치 앞을 진단할 수 없는 시대를 맞아 소비자들도 재활용이나 수선, 중고 제품 등을 사용하면서 트렌드가 없는 것이 트렌드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니가 도쿄돔 무대에 입고 나온 스커트 역시 롱 스커트를 잘라서 리폼한 미디였다.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확실한 건 K팝 아이돌의 인기뿐이라는 해석도 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K팝 아이돌이 선택하는 디자이너와 패션 스타일이 지구 반대편 팬들에게 순식간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소셜미디어 속 트렌드가 시시각각 변하는 것 역시 ‘치마 라인 지수’ 같은 전통적인 계산법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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