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541] 트레비 분수
로마의 트레비 분수는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분수일 것이다. 지난 2023년 한 해에 이곳을 찾은 이들이 로마에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며 던진 동전만 23억원어치라고 한다.
폴리 궁전과 연결된 높이 26미터의 웅장한 개선문 아래는 모든 강을 낳은 대양의 신 오케아누스가 반은 말, 반은 물고기인 히포캄푸스 두 마리가 이끄는 전차 위에 서서 솟구치는 물살을 다스린다. 그가 지키고 있는 한, 로마에는 맑은 물이 끊이지 않고 그만큼의 풍요와 평화가 차오르니, 한 번쯤 다시 오게 해달라는 소소한 바람은 쉽게 들어줄 것 같다.
트레비 분수는 기원전 19년부터 아니에네강 유역의 수원지로부터 20km를 달려 로마 도심에 물을 공급하던 수도교 ‘아쿠아 베르고’가 끝나는 지점이었다. 수백 년 동안 하루 1억L의 물을 나르던 ‘아쿠아 베르고’는 제국의 멸망과 함께 사용되지 않다가 르네상스 시대에 복원됐다.
대대적인 분수 재건축은 1730년 로마 교황 클레멘스 12세 주도 아래 로마 건축가 니콜라 살비(Nicola Salvi·1697~1751)가 맡았다. 살비는 물과 자연석, 건물과 조상(彫像)이 어우러져 마치 오케아노스가 실제로 물에 올라타 땅을 박차고 나온 것 같은 극적인 장면을 구상했지만 완성을 보지 못하고 사망했다. 그 뒤를 이은 게 주세페 파니니(Giuseppe Pannini·1718-1805)다.
사실 처음 공모에서는 살비가 아니라 피렌체의 건축가가 당선됐다. 그러나 반드시 로마인이어야 한다는 시민들의 청원에 따라 살비로 낙찰됐다. 강물이 피렌체와 로마를 따져가며 흐르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살비의 분수는 오늘도 많은 이들을 로마로 불러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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