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벌거벗은 임금님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타인의 생각과 시선에 민감하다.
체면을 지키기 위해, 어리석음을 숨기기 위해 거짓을 말하거나 침묵한 안데르센의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도 그런 예다.
그러고는 "현실에 눈을 감고 '벌거벗은 임금님' 귀에 달콤한 정보만 올라간 결과"라고 목청을 높였다.
정권의 허약함이 만천하에 드러났고, 독재자 푸틴은 '벌거벗은 임금님'이라는 소릴 들어야 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권위와 품위를 상실한 정치권에선 더 그렇다. 지난해 정부의 ‘2030 부산 엑스포’ 유치가 실패했을 때다.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가 119표를 쓸어 담은 것과는 달리 부산이 고작 29표의 찬성표밖에 얻지 못한 것을 두고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그러고는 “현실에 눈을 감고 ‘벌거벗은 임금님’ 귀에 달콤한 정보만 올라간 결과”라고 목청을 높였다. 지금도 이런 평가는 바뀌지 않는다.
나라 밖도 다를 바 없다. 지난해 6월 러시아 용병집단 바그너그룹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중에 수도 모스크바로 진격하는 무장반란을 일으켰다. ‘푸틴의 요리사’로 불리던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주도했다. 반란은 하루 만에 끝났지만, 놀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반란 직후 처음으로 TV를 통해 대국민연설에 나설 정도였다. 정권의 허약함이 만천하에 드러났고, 독재자 푸틴은 ‘벌거벗은 임금님’이라는 소릴 들어야 했다. 체코 수도 프라하엔 ‘벌거벗은 살인마’라는 이름의 푸틴 조형물이 등장했다.
지난달 27일 있었던 미국 대선 후보 첫 TV토론이 재선 도전의 꿈을 가진 조 바이든 대통령을 무너뜨렸다는 데 이견은 없다. 토론에서 바이든은 어눌하고 쉰 목소리로 말을 더듬었고, 다소 엉뚱한 답변을 내놨다. 민주당 안팎에서 사퇴 요구가 들끓었고 미국 유수 언론도 ‘부적격’ 딱지를 붙였다. 급기야 그는 21일 대선 후보직에서 사퇴했다. ‘애국적 결단’이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작지 않다. 그동안 고령에 따른 자신의 인지력 저하를 잘 몰랐던 건지, 모른 척했던 건지, 아니면 주변에 진실을 얘기해 주는 사람이 없었던 건지. ‘벌거벗은 임금님’ 신세가 돼 버린 바이든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박병진 논설위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국처럼 결혼·출산 NO”…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서 주목받는 ‘4B 운동’
- “그만하십시오, 딸과 3살 차이밖에 안납니다”…공군서 또 성폭력 의혹
- “효림아, 집 줄테니까 힘들면 이혼해”…김수미 며느리 사랑 ‘먹먹’
- “내 성별은 이제 여자” 女 탈의실도 맘대로 이용… 괜찮을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단독] “초등생들도 이용하는 女탈의실, 성인男들 버젓이”… 난리난 용산초 수영장
- ‘女스태프 성폭행’ 강지환, 항소심 판결 뒤집혔다…“前소속사에 35억 지급하라”
- “송지은이 간병인이냐”…박위 동생 “형수가 ○○해줬다” 축사에 갑론을박
- “홍기야, 제발 가만 있어”…성매매 의혹 최민환 옹호에 팬들 ‘원성’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