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식의세계속으로] 프랑스, 극우는 여전히 극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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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극우의 바람이 거세다.
지난달 유럽연합(EU)에서 치른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세력은 확장세를 보였다.
7월 초 치러진 프랑스와 영국의 총선에서도 극우 세력은 강세를 보였다.
유럽 극우의 핵심에는 여전히 자유·평등·박애 등 공화주의나 자유 민주주의 정신을 부정하는 세력이 똬리를 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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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와 차별 담론 정책 곳곳에 녹아있어
유럽 극우 세력의 공통된 특징은 자신들이 극단적인 세력이 아니라고 주장한다는 매우 흥미로운 현상이다. 다들 극우라고 생각하고 부르는 데 자신들만 아니라고 외쳐대니 초현실적이다. 이들은 민족 우파, 애국 우익, 강경 보수 등 그럴듯한 이름으로 자신을 포장하며 극단성의 레테르를 떼려고 안간힘이다.
소위 탈(脫)악마화 전략이다. 극우에서 중도로 이동해야만 다수 유권자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고, 악마가 아닌 정상적인 정치 세력임을 강조해야만 집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극우는 ‘정계의 악동’ 역할을 마다치 않았던 아버지 르펜이 은퇴하고, 딸 마린 르펜이 당을 이어받으며 급성장세를 보였다. 최근 프랑스 RN은 어머니 이미지의 마린 르펜이 뒤로 물러나며 미소 가득한 조르당 바르델라라는 20대 청년을 당수로 앞세웠다.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는 2022년 ‘이탈리아의 형제들’이라는 남성적 이름의 정치 세력을 대표하는 여성 정부 수반이 되었다. 온건한 여성 이미지를 통해 극우의 마수(魔手)를 감추는 한편, 수도 로마의 억양이 강한 멜로니를 활용해 주변이 아닌 중심적 인물임을 강조하는 전략이다.
중도를 향한 극우의 노력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것은 본격적인 사고와 체질의 변화라기보다는 화장이나 성형수술을 통한 이미지 조작에 가깝다. 유럽 극우의 핵심에는 여전히 자유·평등·박애 등 공화주의나 자유 민주주의 정신을 부정하는 세력이 똬리를 틀고 있기 때문이다. 증오와 차별의 담론도 이들 세력의 정책 곳곳에 교묘하게 녹아들어 있다.
이번 프랑스 총선은 극우에 대한 ‘방역선’(Cordon sanitaire)이 여전히 강력하게 작동한다는 사실을 증명해주었다. 극우가 득표율은 1등이었으나 의석은 3등으로 밀린 이유는 결선투표에서 좌·우파나 중도가 후보를 사퇴시키며 극우 당선을 이심전심 막은 덕분이다. 서로 경쟁하는 관계지만 자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역병’ 극우만큼은 함께 막아야 한다는 의식이 그만큼 강했다는 뜻이다.
이런 결과는 정당의 지도부가 민주주의를 수호하려는 강한 의지가 있어야 하고, 후보자들이 사퇴함으로써 이런 원리를 순순히 따라야 가능하다. 프랑스 577개 소선거구 가운데 200곳 이상에서는 후보의 사퇴를 통한 ‘방역전략’이 이뤄졌다. 덧붙여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적극적으로 나가 반(反)극우 후보에 표를 몰아줘야 한다. 투표를 거부하고 집에서 방관자로 구경만 한다면 정치적 방역효과는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좌파연합(NFP)이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중도연합이 극우 RN을 의석 3위로 몰아낸 배경에는 이처럼 정당, 후보, 유권자의 극우 위협에 대한 공통의 인식과 전략, 대응이 있었다. 프랑스에서 RN은 이제 악마로 보이지 않을 수는 있으나 여전히 매우 위험한 전염병적 존재로 여겨짐은 확실하다.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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