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경보에도 휴식 ‘권고’ 뿐…“대책 마련해야”
[KBS 창원] [앵커]
정체전선이 물러나면서 경남은 연일 폭염특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폭염특보가 내리면, 작업장에서는 일정 시간의 휴식 시간이 권고되는데요.
하지만 강제성이 없다 보니 말 그대로 휴식 권고에 그치고, 휴식 시간도 노동자의 작업 강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입니다.
박기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3년 차 베테랑 집배원 남용진 씨.
가파른 언덕에 천 500세대가 밀집한 곳이 남 씨의 배달구역입니다.
승강기가 없는 곳이 많아 5층 건물을 반복해서 오르내려야 합니다.
["맞벌이 분들이 많으니까 집에 안 계시는 분들이 많죠."]
폭염 경보가 내려진 이날 체감온도는 35.1도.
배달에 나선 지 10여 분만에 남 씨는 온몸이 땀으로 젖었습니다.
유일한 그늘인 헬멧 온도를 재봤더니 55도를 가리킵니다.
남 씨의 시간당 에너지 소비량은 437킬로칼로리, 강도가 높은 작업에 해당합니다.
고용노동부 기준을 적용하면 15분을 일하고 45분을 쉬어야 하지만, 잠깐의 휴식도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남용진/집배원 : "그늘도 없고, 어디 가서 쉴 데도 없습니다. 저희들이. 편지를 빨리 배달해야 하는 그런 사명감 때문에 쉬지도 못하고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폭염 경보 때 오후 시간엔 야외 작업 중지도 권고됩니다.
하지만 야외가 곧 일터인 노동자들에게 실제 적용되는 사례는 드뭅니다.
[김호성/청소 노동자 : "일 자체가 워낙 야외에서 하는 일들이다 보니까 수집 운반 같은 경우에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여름이니까 조금 더 다른 때보다는 조금 힘든 것 같습니다."]
폭염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유해·위험 작업에 포함되지만, 강제로 근로시간을 제한받는 작업에는 빠져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휴식을 '권고'하는 데 그치고, 권고 기준도 직종과 관계없이 시간당 10~15분으로 적용됩니다.
[김병훈/민주노총 경남본부 노동안전보건국장 : "문제는 뭐냐면 연령이라든지 성별 그리고 고위험군에 대한 고려가 없습니다. 그리고 작업 강도에 따라서 달라질 건데 일률적으로 한다는 게 문제가 있습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다음 달까지 직종별 폭염 작업 강도와 폭염 노출 정도를 조사하고, 고용노동부에 현실성 있는 대책 마련을 요구할 계획입니다.
KBS 뉴스 박기원입니다.
촬영기자:지승환
박기원 기자 (pra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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