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하루에 160㎞ 투수가 두 명이나… 오직 한화만이 가진 자산, 어떻게 가꿔갈까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지난 7월 19일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는 어쩌면 KBO리그에서 처음 있는 일이 벌어졌다. 한화의 두 광속구 투수들이 자신들의 어깨를 유감없이 뽐내며 관중들을 술렁이게 했다. 전광판에 찍힌 두 선수의 구속은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이날 한화 선발로 나선 문동주(21)와 네 번째 투수로 나선 김서현(20)이 바로 관중들을 흥분하게 한 선수들이다. 두 선수가 힘껏 패스트볼을 던질 때마다 관중들은 전광판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구속을 확인하는 재미가 있었다. 경기 결과와 별개로 이날 한화 팬들은 역사적인 현장을 목도했다. KBO리그에서 꿈의 ‘160㎞ 듀오’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문동주는 이날 시작부터 강속구를 던지며 리그 최강 타선이라는 KIA를 상대했다. 물론 결정적인 순간 제구에 문제가 있었고, 빠른 패스트볼을 뒷받침할 만한 변화구의 부재라는 숙제를 확인한 날이었다. 5이닝 동안 4실점했다. 하지만 이날 구속은 역사적이었다. KBO 9개 구단에 트래킹 데이터를 제공하는 ‘트랙맨’의 집계에 따르면, 문동주의 이날 최고 구속은 시속 160.6㎞가 나왔다. 1회 나성범에게 던진 7구에서 이 구속이 나왔다. 꿈의 구속이었다.
리그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로 공인되고 있는 문동주는 이날 패스트볼 최고 구속 160.6㎞를 비롯, 평균 155.7㎞를 기록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선발로 이 정도 구속을 보여주는 선수는 보기 드물다. 문동주가 자신이 가진 그릇을 확인하는 날이기도 했다.
역시 강속구 투수인 김서현은 자신이 방황에서 벗어나 구속을 되찾았다는 것을 이날 경기를 통해 리그 전체에 알렸다. 이날 1⅓이닝 동안 18개의 공을 던지며 무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한 김서현의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59.8㎞가 찍혔다. 역시 160㎞였다. 평균 구속은 157.2㎞로 무시무시했다. 한창 타오르던 KIA 타선이 김서현의 강속구에 움찔했다는 느낌을 주기 충분했다.
KBO리그도 메이저리그나 일본프로야구를 따라 구속 증가세가 뚜렷한 양상이다. 예전에는 꿈의 구속이었던 시속 150㎞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선수들의 체격 향상과 트레이닝 기법의 발전 덕이다. 하지만 그래도 160㎞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었다. 사실 일본이나 미국에서도 160㎞를 던질 수 있는 선수는 극소수다. 그런데 KBO리그에서 이런 구속이 나왔고, 게다가 한 팀에서 나왔으며, 게다가 한 경기에서 나왔다. 특별한 날이었다.
두 선수의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두 선수는 한화 마운드 리빌딩의 핵심 선수들이다. 오랜 기간 최하위권에 머문 한화가 그 울분의 대가로 얻은 소중한 선수들이기도 하다. 문동주가 2022년 1차 지명으로 입단했고, 김서현은 2023년 전체 1순위로 입단했다. 고교 시절부터 강견을 뽐냈던 두 선수가 한솥밥을 먹는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한화 팬들을 배부르게 했다. 지금 당장의 모습은 물론, 미래까지 기대케 하는 듀오다. 특별한 감이 있다.
물론 이 큰 그릇을 채우는 데는 시간이 꽤 걸린다. 지금까지 예상대로 흘러간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2022년 팀의 철저한 관리 속에 선발 수업을 받았던 문동주는 지난해 23경기에서 8승8패 평균자책점 3.72를 기록하며 인상적인 활약을 남겼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사실상의 대표팀 에이스로 활약했다. 그러나 올해 부상과 부진으로 성적이 정체되어 있다. 한화의 시즌 계산에서 가장 크게 벗어난 대목 중 하나로 뽑힌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는 자원이다. 아프지만 않으면 분명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김서현은 지난해 데뷔 당시 강한 인상을 남겼지만 어느 순간부터 패스트볼 제구가 흔들렸고, 이에 투구폼 교정 등 여러 혼란의 시기를 겪으면서 기대치가 내려갔다.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는 의견이 퓨처스리그 관계자들로부터 나오기도 했다. 다만 올해 12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08을 기록했고, 최근 1군 재합류 이후로는 구속이 원래 수준으로 돌아오는 기미에 제구까지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이며 다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화의 미래는 물론 한국 야구의 미래도 같이 짊어지고 있는 선수들이다. 아무리 훈련과 연습을 시켜도 160㎞를 던지게 만들기는 어렵다. 타고 난 부분이 있어야 한다. 한화로서는 오직 그들만이 가진 이 소중한 자산을 어떻게 가꿔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김경문 감독이 신경 써 눈여겨보고 있는 만큼 앞으로의 방향성과 성과에 기대가 몰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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