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 중국·필리핀 분쟁 파고 낮아지나
중, 사전 통보·모니터링 조건…긴장 수위 대폭 완화 기대
필리핀과 중국이 영유권 분쟁 중인 남중국해 세컨드 토머스 암초(중국명 런아이자오·필리핀명 아융인) 물자 보급 문제를 두고 잠정 합의했다.
필리핀 외교부는 21일 성명을 내고 양국이 “아융인 암초에 있는 시에라 마드레함에 필요한 일상 물자를 보급하고 병력을 교대하는 임무를 위한 잠정 합의”에 도달했다고 발표하면서 “양측은 대화와 협의를 통해 남중국해 상황의 긴장을 낮추고 (입장) 차이를 관리할 필요성”을 인식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영유권 문제에 대한 입장은 변함없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22일 ‘중국과 필리핀이 런아이자오 암초 상황 통제에 대해 합의를 봤느냐’는 기자 질문에 대한 답변 형식의 성명에서 필리핀의 보급 업무는 주권 침해로 간주하며 암초 원상복구를 요구하고 있지만, 인도주의적 견지에 따라 ‘군함 예인 전’ 보급을 허용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잠정 합의 조건으로 필리핀이 보급 전 중국에 사전 통보해야 하며, 물자 운송 과정 등을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필리핀이 만약 대량의 기자재를 싣고 암초에 진입해 고정시설과 영구 전초기지를 건설하려 한다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에라 마드레함은 필리핀이 1999년 세컨드 토머스 해변에 고의 좌초·정박시킨 군함이다. 중국이 1995년 스프래틀리 군도에 군사기지를 지으며 분쟁지역 암초를 요새화하자 필리핀도 맞대응한 것이다. 필리핀이 노후화로 파손이 진행 중인 시에라 마드레에 물자를 보급하고 수리·보강하려는 것을 중국이 ‘주권 침해’로 규정하고 막으면서 양측은 긴장을 빚어왔다.
지난달 17일 중국 해경이 고속보트를 타고 보급선에 돌진해 필리핀 해군 병사 1명의 오른쪽 엄지손가락이 절단됐고, 다른 병사 여럿이 다치면서 긴장은 절정에 달했다.
필리핀과 중국은 이후 충돌을 피하기 위한 대화 채널을 가동했다. 양국은 지난 2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천샤오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과 테레사 라자로 필리핀 외교차관이 주재한 중국-필리핀 남중국해 문제 양자 협상 메커니즘(BCM) 제9차 회의에서 해상 충돌을 막기 위한 직통 핫라인 개설에 합의했다. 최근 미국이 세컨드 토머스 암초 물자 보급 임무를 돕겠다고 필리핀에 제안했지만, 필리핀이 일단 거절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필리핀과 중국의 합의가 실행되면 남중국해를 둘러싼 양국 간 긴장 수위가 대폭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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