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안주고 주가 누르더니 결국 상폐…헐값에 현금청산, 개미들 피눈물
기업가치보다 훨씬 낮게
공개매수가 정해 잇단 피해
주주환원 인색했던 기업
상장폐지 후 고배당 ‘눈총’
두산밥캣 합병 외국인도 비판
금융위원장 후보자 “개선 검토”
한국개인투자자연합회는 자진상장폐지 권유 종목 39종을 발표하기도 했다. 나중에는 도쿄거래소가 PBR을 기준으로 상장폐지를 추진하겠다는 보도는 오보인 것으로 밝혀졌지만 그만큼 개인투자자들은 대주주들이 상장폐지가 주가를 올릴 수 있는 수단이라고 믿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장부가치를 밑도는 상장사에 대한 공개매수를 통한 상장폐지가 잇따르면서 개인투자자들은 오히려 피해를 보게 됐다.
기업가치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 공개매수가격이 정해지면서 그 이상으로 주가가 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공개매수가보다 낮은 가격에 주식을 매수했던 투자자들은 시장에 바로 매물을 던지게 된다. 어차피 공개매수가 이상으로 주가가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공개매수 절차에 따르는 것은 번거롭고 또 장외거래라 양도소득세(22%)까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사모펀드들이 공개매수 후 상장폐지를 추진하고 있는 건에 대해선 소액주주들은 배당도 제대로 주지 않고 낮은 주가를 방치하고 있다가 상폐를 추진하다고 불만이 높다.
‘탑텐’ 브랜드를 운영하는 의류 업체 신성통상은 지난달 21일 공시를 통해 지분 약 22%(3164만주)를 주당 2300원에 공개매수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공개매수 가격이 주당 순자산(3136원)보다도 낮아 비판을 받았다.
신성통상 주가는 지난 2021년 문재인 정부 당시 유니클로 불매운동의 수혜를 받아 주당 4000원대까지 치솟은 바 있다. 하지만 신성통상은 배당에 인색했고 주가가 다시 반토막 난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주 환원에 인색한 창업주 일가 행태를 전형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비판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최근 “신성통상의 자진 상장 폐지는 선량한 개미 투자자들을 죽이는 일”이라며 “신성통상은 탐욕적 상장 폐지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배당으로 주가를 누르고 공개매수로 상장폐지한 후 고배당에 나선 과거 사례 때문에 상장폐지에 대한 시선은 더욱 곱지 않다. 2012년 SK E&S의 자회사였던 코원에너지서비스는 0.65배의 PBR에 공개매수·상장폐지가 진행됐다. 배당금은 상폐 전 77억5600억원에서 상폐 후엔 2600억원으로 급증했다 .
최근 증권가와 정치권에서 비판이 높아지고 있는 두산그룹 사업구조 개편도 논란이다. 두산밥캣이 배당 증액에 소극적이다가 저평가된 가격에 초고평가주라고 할 수 있는 두산로보틱스와 기업가치가 동등하다는 가정 하에 합병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두산밥캣 상장 당시 미국 IB대표들과 외국투자자들은 밥캣을 ‘고아주식(orphan stock)’이라고 불렀다”면서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고 미국에 상장할 수 있었는데 국내에 상장했다가 결국 불합리한 합병 대상이 됐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22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주최한 세미나에 참석한 션브라운 테톤캐피탈 이사는 “우리는 5%는 아니지만 유의미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공시 뜬 것을 보고 격분한 나머지 지분 대부분을 장내매도했다”며 “우리가 계산해보면 로보틱스의 적정 시총은 7000억원, 밥캣은 15조원이므로 둘 사이의 합병은 4:96 비율로 이뤄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두산그룹사업 구조 개편 논란에 대해 “시장의 우려가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며 “제도적으로 고칠 부분이 있을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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