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소 상원의원’ ‘최고령 대통령’…반세기 미국 정치사 산증인
1972년 29세로 상원에 입성
6선 고지 밟으며 입지 다져
온건파, 공화당과 협력 주도
대선 2차례 출마했으나 실패
오바마 정부서 8년간 부통령
3번째 도전서 78세에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50년이 넘는 세월을 공직에서 보낸 ‘미국 현대 정치사의 산증인’으로 꼽힌다. 상원의원, 부통령을 지낸 뒤 대통령직에 오른 그는 미국인들에게 ‘가장 익숙한 정치인’으로 각인됐지만, 고령 우려를 넘지 못하고 정치 인생에 마침표를 찍었다.
변호사로 활동하던 바이든은 1970년 델라웨어주 뉴캐슬 카운티 의원으로 당선되며 정치에 입문했다. 2년 뒤엔 29세의 나이로 미 역사상 가장 어린 상원의원이 됐다. 당시 ‘세대교체론’을 내세우며 등장한 정치 신인이었던 바이든은 3선에 도전하는 공화당 중진을 상대로 역전승을 거두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그의 정치 인생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최연소로 상원의원에 당선된 지 한 달 만에 아내인 닐리아와 한 살배기 딸을 교통사고로 잃었다. 바이든은 슬픔에 빠져 의원직을 내려놓으려 했지만, 가족의 끈질긴 설득으로 마음을 다잡았다고 한다. 영어 교사인 질과 재혼하면서 삶이 점차 안정됐고, 이후 6번의 선거에서 모두 당선되며 36년간 의회에서 일했다. 의원 시절 바이든은 법사위원회와 외교위원회에서 활약했다. 법사위원장 재직 당시엔 여성폭력방지법과 살상용무기금지법 통과를 주도하며 영향력을 키웠고, 이후 외교위원장까지 맡으며 승승장구했다. 당내 온건파로 공화당과의 협력을 주도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의회에선 화려한 이력을 쌓았지만 대통령직과는 연이 없어 보였다. 1988년과 2008년 대선에 출마했지만 후보 경선에서 별다른 성과 없이 중도 사퇴했다. 다만 경선 과정에서 외교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바이든의 이력을 눈여겨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08년 대선에서 그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면서 기회를 얻었다. 바이든은 2009년부터 8년간 부통령을 지냈다.
마침내 백악관 입성의 길을 닦은 듯했지만 2016년 대선에는 출마하지 않았다. 장남인 보 바이든이 뇌종양으로 사망하면서 또 한 번 시련을 겪었기 때문이다. 당시 오바마 전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당 다수의 지지가 힐러리 클린턴에 쏠려 있기도 했지만, 아들의 죽음을 동력 삼아 표를 모으지는 않겠다는 그의 의지도 강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 번의 도전 끝에 2020년 대선에서 역대 가장 많은 표(8120만표)를 얻으며 대통령에 당선됐다. 취임 당시 78세로, 역대 최고령 대통령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무너진 경제와 의료 시스템을 복원했고, 자국 제조업을 활성화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도입했다. 아울러 동성결혼을 보장하는 법안에 서명하고 여성과 소수인종 대법관을 임명하는 등 미국 사회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데도 힘썼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 미군 철수, 가자지구 전쟁 장기화, 치솟은 물가에 대해서는 비판받았다.
반세기 넘게 이어진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 인생은 임기 말부터 불거진 ‘고령 리스크’에 결국 발목을 잡혔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이력이 있다는 점을 내세워 재선 도전을 선언했지만, 힘을 잃고 넘어지거나 말실수하는 모습을 자주 보이며 인지력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는 국정연설 등으로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해왔지만, 지난달 말 TV토론 이후로는 이 같은 우려가 민주당 의원과 측근들 사이에서도 터져 나오면서 끝내 재선 도전을 포기했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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