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검사장·주 법무장관 거쳐 정계로…‘첫 흑인 여성 대통령’ 도전
소수 인종·여성 공략에 유리
낮은 대중적 인기는 ‘약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선 후보에서 사퇴하면서 지지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59·사진)은 21일(현지시간) 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를 받게 되어 영광”이라며 “대선 후보 지명을 얻어내고 이기는 것이 내 의도”라고 밝혔다. 해리스 부통령은 “나는 도널드 트럼프와 그의 극단적인 ‘프로젝트 2025 어젠다’(보수 싱크탱크들의 트럼프 집권 2기 대비 정책 제언집)를 물리치기 위해, 민주당과 미국을 단결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대선 후보는 다음달 19일 시카고에서 개막하는 민주당 전당대회를 거쳐 공식 지명되기 때문에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후보직을 자동 승계할 수는 없다.
현재로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를 받는 해리스 부통령이 후보 지명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밤 10시 기준 대선 후보 지명에 필요한 전체 대의원 과반인 1986명 중 531명의 지지를 받았다고 더힐은 전했다. 바이든 선거캠프는 명칭을 ‘해리스를 대통령으로’로 변경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22일 오전 1시 기준 민주당 소속 상·하원 의원 263명과 주지사 23명 가운데 약 60%인 178명이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선언했다.
하지만 당내 경선 등 절차를 거쳐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첫 여성 흑인 대통령이라는 새 기록에 도전하는 해리스 부통령은 백인·남성이 주류인 미국 사회에서 ‘최초’의 역사를 써온 인물이다. 1964년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아프리카계 자메이카 이민자 출신 경제학자 아버지와 인도 출신 암 연구자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엘리트 집안에서 자랐지만 백인이 대부분인 커뮤니티에서 유년기를 보내며 정체성 혼란을 겪은 것으로 전해진다. 부모가 이혼하자 12세에 어머니를 따라 캐나다 몬트리올로 이주해 퀘벡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미국으로 돌아와 워싱턴의 하워드대에서 정치학과 경제학을 전공했다. 캘리포니아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1990년 캘리포니아주 앨러미다 카운티의 지방검사로 법조계에 첫발을 내디딘 뒤 2004년 흑인 여성으로는 처음 샌프란시스코 지방검사장에 올랐고, 2011년엔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 겸 검찰총장으로 선출되며 승승장구했다.
2016년엔 캘리포니아주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되며 정계에 입문했다. 상원 청문회에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을 강하게 몰아붙이면서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으며, 열정적인 연설 스타일로 ‘여자 오바마’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2020년 바이든 대통령의 러닝메이트이자 부통령 후보로 선택되면서 이듬해 1월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함께 백악관에 입성해 미국 최초 흑인 여성 부통령으로서 오늘날 민주당 대선 후보로 유력한 지위에 오르는 기반을 쌓았다.
소수 인종이자 여성으로서 미국 비주류 사회에 어필하며 표 결집을 꾀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정치인으로서 카리스마가 부족하고 대중에게 큰 인기를 끌지 못한다는 점은 약점이다. 부통령 재임 기간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우려도 있다.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될 경우 누가 차기 부통령 후보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대선 승부가 경합주 선거 결과에 좌우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리스 부통령은 이를 보완할 러닝메이트를 낙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21일 앤드루 버시어 켄터키 주지사, 로이 쿠퍼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 조슈아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J 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후보로 거론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들 6명 외에 마크 켈리 상원의원(애리조나)도 꼽힌다고 소개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김희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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