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파리 올림픽 너머 눈여겨봐야 할 것들
파리는 협소한 면적과 224만 인구에도 세계도시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1851년 런던 엑스포와 1896년 아테네 올림픽 직후에 양대 메가이벤트를 유치하며 도약했다. 1900년 엑스포를 대비해 건설한 그랑팔레와 오르세역은 박물관과 미술관으로 변신한 상태다. 100년 만에 다시 열리는 올림픽은 파리의 성취와 프랑스의 도약을 촉진하려고 에펠탑과 센강을 경기장으로 활용한다. 이러한 도시마케팅 전략은 국제행사에 주력하는 부산과 경주가 차용할 부분이다.
마르세유나 리옹을 압도하는 수위도시 파리에는 자치구인 아롱디스망 20개가 있다. 광역 데파르트망과 기초 코뮌의 지위도 동시에 지닌다. 코뮌은 마을을 지칭하는 행정구역이지만 자치권을 중시하는 프랑스에서는 대도시 전역도 포괄한다. 메가시티와 유사한 일드프랑스 레지옹의 관할구역이기도 하다. 일본의 현과 비슷한 규모인 100여개의 데파르트망은 선거구 단위와 특별지방행정기관 역할도 수행한다. 대구·경북 통합과 경기도 분할에 참고할 만하다.
파리는 에펠탑, 개선문, 콩코르드가 자리한 하드웨어 도시에서 패션, 요리, 공연을 즐기는 소프트웨어 도시로 전환하는 중이다. 골목에서 체험하는 카페의 여유와 바게트의 풍미가 파리지앵의 일상이다. 사르트르나 모네가 즐겨 찾던 카페나 터미널에서 영감을 받아도 좋다. 다크투어로 카타콤이나 파시묘지를 방문해 죽음을 성찰하는 일정도 추천한다.
2000년 역사도시 파리가 축적한 소재와 스토리를 느껴야 한다. 기원전 52년 파리를 정복한 로마가 건설한 원형경기장과 목욕탕 흔적이 남아 있다. 서로마를 계승한 프랑크왕국은 노트르담 성당을 신축했다. 근대 왕정은 화려한 궁전과 고품격 살롱문화를 남겼다. <레미제라블>의 빅토르 위고는 판테온에 안장돼 있다. 국민통합의 상징 사크레쾨르가 자리한 몽마르트르에서 예술이 만개했다. 국립과 민간극장이 공조한 공연문화는 문화융성을 자극했다. 시민행복과 직결된 공공서비스 접근성을 보장하려고 보행로를 확대한 15분 도시의 현장도 걸어보아야 한다.
프랑스는 대통령과 총리, 상원과 하원, 일반법원과 행정재판소 등 권력의 분할과 융합이 보편적이다. 네트워크 조직에 기반한 시청의 창의성은 19세기에 방사형 도시계획과 위생적 상하수도를 구현했다. 신도시 라데팡스는 문화예술도시에 부가해 경제산업도시를 구현한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프랑스는 지역과 산업의 균형발전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반면 비싼 물가와 무질서한 지하철 및 센강의 오염은 파리의 환상을 깬다. 톨레랑스의 성지에서 저소득층과 이민자를 차별하고 적나라한 표현 기풍은 이슬람을 자극해 문명 충돌을 유발했다. 강북에 자리한 자치구의 슬럼화는 파리의 안전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주거비 상승은 서민을 외곽으로 밀어내는 주범이다. 올림픽을 전후한 오버투어리즘 대책도 시급한 정책목표다.
김정렬 대구대 자치경찰학 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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