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기 떠나기 전 마지막 말 “그저 고맙다”
생전의 김민기는 스스로를 입버릇처럼 ‘뒷것’이라 불렀다. 공연하는 이들이 우선이니 ‘날 자꾸 앞으로 불러내지 말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22일 오후 12시 30분부터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고(故) 김민기의 빈소에는 그를 ‘앞것’으로 기억하는 많은 이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가수 이은미, 권진원, 박기영(그룹 동물원), 박학기, 장기하, 알리,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배우 문성근, 강신일, 박원상, 이병준, 장현성, 배성우 등이 빈소를 찾았다.
유족은 ‘일체의 조의금과 조화를 정중히 사양한다’고 알렸다. 고인의 조카인 김성민 학전 총무팀장은 “선생님이 직접 조의금을 받지 말라 한 건 아니지만, 늘 입버릇처럼 주변인들에게 ‘밥 먹었니?’ ‘밥 노나(나눠) 먹어라’ 하신 걸 떠올린 결정”이라고 했다. 그는 또한 “선생님이 20일 오전 응급실에 실려가 21일 밤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가족들을 잘 만나고 가셨다”며 “‘그저 고맙다. 할 만큼 다 했지’라고 하시며 가족 걱정하는 말을 많이 남기셨다”고 전했다. 또 “평소 모범생처럼 항암치료에 임하셨고, 지난해부터 자신이 남긴 작품들을 정리한 ‘대본집’을 만들고 싶어했다”며 “선생님이 (학전 폐관 전후로) ‘신진 뮤지션이 놀 수 있는 장을 마련했으면 좋겠는데’란 혼잣말도 자주 하셨다”고도 했다.
빈소를 찾은 이들은 “여러 달 전부터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충격이 크다”며 애도했다. 박학기는 “며칠 전까지도 형님이 회장인 김광석추모사업회 관련 재단 설립에 대해 전화로 의논을 드렸다”며 “요 몇 년 동안은 형님께 ‘어떻게 할까요?’ 물으면 관심 없는 척하시면서도 내가 물은 걸 컴퓨터로 몰래 검색해 보곤 하셨다. 이제 보고드릴 형님이 안 계시다는 게 실감이 안 난다”며 눈물을 훔쳤다. 박기영은 “우리에겐 부모님이 돌아가신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권진원은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라며 오열했다. 그가 단골이었던 학림다방의 이충렬 사장은 “한 달 전 경기도 일산 자택에서 만났을 땐 암 환자인데도 머리가 거의 빠지지 않았고, 가족들과 휠체어를 타고 산책도 했다. 그래서 더 믿기질 않는다”고 했다.
유럽 투어 공연 중 부고 소식을 들은 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선은 문자로 추모의 뜻을 전해왔다. “김민기 선생님께서 우리 곁을 떠나셨다는 소식에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깊은 슬픔을 느낍니다. 하지만 선생님의 정신과 음악은 영원히 살아남아 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아름다운 씨앗으로 심어지고, 새싹이 되어 잘 자라서 눈부신 꽃을 피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의 음악이 전세계 곳곳에서 오랫동안 울려 퍼질 수 있도록 저도 계속해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나윤선은 1994년 김민기가 첫 뮤지컬 연출을 맡았던 ‘지하철 1호선’의 초대 여주인공을 맡으며 처음 문화계에 데뷔했다. 그만큼 “김민기 선생님이 없으셨다면 나윤선이란 가수도 없었을 것”이라며 고인에 대한 각별한 정을 밝혀왔다.
김민기의 발인은 24일 오전 8시, 장지는 천안공원묘원. 유족 측은 “장례 절차는 비공개지만, 오전 8시쯤 장지로 향하는 도중 옛 학전 자리에 새로 개관한 ‘아르코꿈밭극장’ 마당에 들러 학전과 인연을 맺은 이들과 작별 인사를 나눌 예정”이라고 했다. 이 극장 마당에는 고인이 생전 각별히 여겼던 공연 ‘지하철 1호선’과 가수 고(故) 김광석의 기념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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