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 다대포 ‘축제의 바다(부산바다축제)’를 기대하며
관광인프라 활성화 계기…주민 연대의식에도 한몫
올 상반기 국내에서 국제선 승객이 가장 많이 늘어난 국가는 일본이다. 1217만 명이 일본행 항공기를 이용해 2019년 상반기보다 100만 명 가까이 늘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과 유럽노선 항공 승객 회복세가 더딘 것과 대비된다. 일본 방문 관광객이 는 배경에는 엔저 현상이 있다. 일본은 혼자 여행해도 위험하지 않다는 인식을 가질 만큼 안전하고 우리나라와 문화적 이질감이 적은 것도 이유다.
일본은 부산시민에겐 한층 가까운 나라로 인식된다. 비행기외에도 후쿠오카 시모노세키 오사카 대마도 등 배를 타고 갈 수 있는 지역도 많다. 이 중 후쿠오카는 부산과 가깝고 일본 규슈지방 중심지라 인기 관광지다. 7월 후쿠오카의 볼거리는 800년 전통의 하카타 기온 야마카사(가마) 축제다. 축제를 보러 일본 전역과 해외에서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7월에는 호텔값이 천정부지로 오른다. 축제 기간인 1일부터 크고 작은 이벤트가 열리고 마지막날인 15일 남자들이 일본 전통의상을 입고 대형 가마를 메고 달리는 오이야마카사로 대미를 장식한다. 축제 기간 백화점이나 쇼핑몰 곳곳에는 화려한 가마가 전시돼 관광객들의 눈길을 끈다.
축제는 1241년 여름, 마을에 역병이 돌자 이를 쫓기 위해 주민들이 나서 가마를 타고 물을 뿌리며 마을을 돌았던 데서 시작됐다고 한다. 축제 마지막날 열리는 오이야마카사의 가마꾼으로 참가하려 회사에 장기 휴가를 내는 사람도 있다. 후쿠오카 시민은 구시다신사 일대 거리에서 경주하는 가마꾼들을 응원한다. 후쿠오카 같은 대도시에서 전통 축제를 즐기려 시민이 동참하는 모습이 이채롭다. 어린시절 후쿠오카에서 자란 ‘냉정과 열정’ 작가 쓰지 히토나리는 “이 축제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협동하게 하는 힘이 있다”고 밝혔다. 축제가 단순한 유흥 행사를 넘어 지역사회를 단결시키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일본뿐만 아니라 태국 몽골 스페인 등 해외에는 주민을 하나로 단결시키고 관광객을 불러모으는 축제가 많다. 태국에선 매년 4월이면 물의 축제인 송끄란이 열린다. 가뭄 없이 농사를 잘 짓기를 바라는 마음과 몸을 정화한다는 의미가 있다. 매년 7월 열리는 나담축제를 통해 몽골인들은 하나가 된다. 축제 기간 전통 옷을 입고 몽골 씨름과 활쏘기, 말타기를 즐긴다. 과거 유목민 삶에서 중요한 가축들의 성장과 풍요를 기원하는 종교적 의미가 오롯하다.
우리나라에도 주민의 유대를 다지는 축제가 많았다. 하지만 전통 축제를 계승 발전시켜 관광상품화나 세계화한 사례는 드물다. 고유문화를 현대 생활에 맞춰 계승 발전시키지 못한 탓이 크다. 물론 최근에는 지역 활성화란 명목으로 지자체 중심 축제가 많이 열린다. 올 한 해 전국에서 열리는 축제는 부산 55개, 경남 135개 등 모두 합치면 1170개다. 그럼에도 시민 참여도가 높은 축제가 많지 않다. 어딜 가나 노래자랑 전시회 음식판매 등으로 구성되는 ‘붕어빵’ 축제 일색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부산은 여름 휴가철이면 바다를 배경으로 특색있는 축제를 연다. 부산시와 부산축제조직위원회가 27년간 해운대해수욕장을 중심으로 연 부산바다축제다. 전국적 명성을 자랑하는 해운대가 주무대라 특별한 이벤트가 없어도 관람객을 모으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올해는 행사장을 다대포해수욕장으로 옮겨 변화를 꾀하기로 했다. 바다축제가 동부산권 해운대와 광안리를 제치고 서부산권에서만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대포해수욕장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췄으나 유명세나 접근성에 밀려 동부산에 비해 휴가철 관광객 유치가 어려웠다. 또 크고 작은 축제가 동부산권을 중심으로 열리다 보니 서부산권 주민들의 아쉬움도 컸다. 실제로 지난해 바다축제 기간 다대포에서 연 불꽃축제에 주민 호응도는 뜨거웠다. 올해 바다축제 모든 프로그램을 집중함에 따라 서부산 주민이 축제와 레포츠를 연계한 다양한 이벤트를 함께 즐기면서 연대 의식을 강화할 수 있다. 물론 관광객 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축제 기간인 오는 26일부터 3일간 다양한 이벤트가 열린다. 주최 측은 개막식 킬러콘텐츠로 다대포 일몰을 형상화한 ‘컬러풀 불꽃쇼’와 ‘나이트 풀파티’를 꼽았다. 시민이 중심이 되는 축제를 기획한 점도 눈길을 끈다. 다대포 명물인 꿈의 낙조분수를 활용한 체험행사와 다대포 해안숲 일대에서 음악과 함께 캠핑처럼 즐기는 피크닉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일몰이 아름다운 다대포해수욕장에서 요가나 서핑 체험도 할 수 있다.
올해 처음 단독으로 열리는 다대포 부산바다축제가 서부산권 주민이 여가 생활을 만끽하고 거주지에 애정을 더 키울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대포해수욕장을 찾는 관광객이 늘어 서부산권 활성화에 보탬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이은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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