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경제 항산항심] 절망에 빠진 민생부터 구해야
“거래처가 엄청나게 줄었어요”라고 하소연하는 이는 해운대에서 지역 유제품을 납품하는 진건호 대표다. 올해로 30년 가까이 납품업체를 운영하지만, 해마다 급감하는 매출에 절망이라며 허공을 바라본다. 머잖아 사업체를 처분하고 고향 고성으로 가야겠단다. 그는 골목상권의 가게 대부분은 편의점으로 바뀌는 현상에 대해 우려를 표하곤 했다.
실제 대기업 브랜드와 시스템만 믿고 가맹점인 편의점으로 갈아탄 편의점주 태반은 아르바이트생보다 못 번다고 울상이다. 가맹 점포는 수도권에 소재한 편의점 본사에서 제품을 공급받는다. 지역에서 소비되는 매출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이유다. 부산은 제조 기반이 허약한데 겨우 살아남은 지역 제조업체마다 판로망에 비상이다.
올해 대기업 유통업체 GS는 ‘GS더프레시’ 가맹점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그 결과 지역 중형급 매장들이 속수무책으로 대기업 가맹점으로 넘어가고 있다. 부울경 전체의 가맹점 수는 91곳인데 부산만 45곳이다.(2024년 7월 기준) 가맹점을 하려는 이들이 줄을 섰다고 하니 이 기업은 좋은 상권만을 골라서 가맹점화 한다.
지난 5월 말 영업을 종료했다는 한 중견업체의 대표는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왔는지 말문이 막힌다”고 했다. 개인 점포의 경쟁력 저하로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가맹점 결정이란다. 가맹점 전환 이후 바뀐 관리 체계로 기존 인원은 대폭 축소된다. 지역 일자리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무척 크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부산의 1인 자영업자 증가율이 전국 평균보다 5배 많다. 부산의 1인 자영업자 수는 2018년 21만3000명에서 2023년 26만3000명으로 23.5% 증가했다. 반면 동기간 전국의 1인 자영업자 수는 407만4000명에서 426만 9000명으로 4.8% 증가했다.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 중 1인 자영업자 증가율이 가장 높다.
부산에서 1인 자영업자가 큰 폭으로 늘었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직원을 고용하고 있던 자영업자 중 상당수가 직원을 내보냈거나 폐업했다는 것이다. 또한, 창업하는 이들은 1인 온라인 쇼핑몰 사업자 등 직원 없는 1인 자영업자가 대부분이다. 재취업이 어려우니 어쩔 수 없이 자영업 전선으로 뛰어들 수밖에 없는 환경 때문이다.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게 주요한 원인이다.
자영업자 소득은 어떨까? 국세청 자료에 의하면 2018년 전국 자영업자 연평균 소득은 2136만 원이었지만, 소득이 해마다 계속 떨어져 2022년에는 1938만 원이었다. 같은 기간 소득 하위 20%인 영세 자영업자의 평균소득은 180만 원에서 70만 원으로 급감했다. 2022년 직장인 평균소득은 4214만 원에 비하면 턱없는 소득이다. 나눠 먹을 수 있는 빵은 줄었는데 나눠 먹어야 하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자영업자의 영업 기간은 최근 10년 기준으로 보면 평균 3.3년이다. 자영업 창업자 중 5년 생존율이 약 25%, 10년 생존율은 약 15%밖에 되지 않는다는 중소벤처기업부 자료도 있다. 많은 이들이 1인 자영업 창업에 나서지만, 대부분은 몇 년 지나지 않아서 폐업에 내몰리는 악순환을 겪는다.
중소자영업자의 어려움은 온·오프라인 대기업의 독과점화, 3고(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급등한 전기요금과 버거운 인건비, 임대료 인상 등이다. 특히, 코로나 이후 쿠팡, 알리익스프레스 등 이커머스들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게 결정적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민선 8기 출범 2주년을 맞이한 자리에서 시민이 행복한 글로벌 허브도시 부산을 만들고자 노력했다고 한다. 지역 중소자영업자의 고통과 절망을 생각하면 참으로 먼 나라 이야기로 들린다.
부산의 자영업자 몰락은 지역 경제의 붕괴와 직결되는 만큼 그 해법이 절실하다. 온라인 시장의 급성장에 따른 시장변화에 자영업자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돕고 이들의 매출을 올려주는 제도적·시스템적 지원이 시급하다. 또한, 선진국과 비교해 여전히 많은 자영업자의 재취업 유도와 질 좋은 일자리 확대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영업 구조를 바꿀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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