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메프에 이어 티몬까지 대금 정산 지연돼… “판매자들 대규모 이탈 불가피”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전자상거래 업체 큐텐과 산하 계열사에서 불거진 정산 지연 사태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큐텐은 국내 이커머스 티몬·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 등을 거느리고 있는데, 이달 들어 위메프와 티몬에서 잇따라 정산이 지연된 것이다. 통상적으로 이커머스 업계에서 거래 대금 정산 지연은 절대 일어나지 말아야 할 최악의 사태로 꼽힌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큐텐과 산하 계열사들의 자금 흐름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먼저 지연 사태가 발생한 것은 위메프다. 거래 대금 정산일이었던 이달 7일 위메프 입점 점주 500여명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거래 대금을 지급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티몬과 위메프는 입점한 업체들이 물건을 판매해 매출이 발생하면 여기에서 수수료를 뗀 금액을 길게는 두 달 후에 지급하는데, 이 대금 지급이 지연된 것이다.
당시 일부 판매자들은 큐텐과 산하 계열사의 자금난이 심각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표했다. 위메프는 지난해 총 3318억원의 빚을 진 것으로 나타났고, 티몬 역시 2022년 기준 자본총계가 -6386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티몬은 올해 4월 마감이었던 감사보고서도 제출하지 않았다. 이는 통상적으로 재무 상태가 불안정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위메프는 당시 “전산상의 오류”라며 “12일까지 정산이 지연된 거래 대금 지급을 모두 완료하겠다”고 했다. 티몬 역시 “티몬에서는 정산 지연이 발생하지 않았다”며 “위메프의 전산상 오류로 인해 일어난 사고”라고 밝혔다. 큐텐 역시 “연 이율 10%의 지연 이자를 지급하고, 2주 이상 정산이 지연된 판매자는 큐텐 산하 위시플러스 입점 시 판매 수수료를 면제하겠다”며 판매자들을 달랬다.
하지만 결국 티몬에서도 정산 지연 사태가 일어났다. 업계에 따르면 티몬은 22일 판매자들에게 “부득이하게 정산금 지급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정상화할 것”이라고 공지했다. 티몬은 “위메프발 정산 지연 사태에 대한 언론의 부정적 보도로 인해 일부 판매자들이 티몬과 위메프에서 이탈했고, 이 때문에 거래 규모가 감소해 정산금 지급에 차질이 빚어졌다”고 했다. 정확한 피해 규모에 대해서는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위메프에 이어 티몬에서마저 정산 대금 지연 사태가 일어나자, 티몬·위메프와 제휴를 맺고 있던 여행사·호텔 등 업체들은 일제히 발을 빼기 시작했다. 티몬과 위메프에서 판매되던 모두투어, 하나투어, 교원투어, 노랑풍선 등 국내 여행사 상품은 22일 현재 대부분 삭제되거나 판매가 중단된 상태다. 이들은 이미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에게도 “티몬의 정산 지연 사태로 인해 부득이하게 해당 상품 판매를 철회한다”며 “항공편을 취소하거나 재결제해달라”고 안내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당장 내일 출발하는 비행기 티켓이 취소됐다” “호텔 예약 취소 문자가 왔다” 등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큐텐 계열사 이커머스에 입점한 판매자들의 대규모 이탈 사태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에 머물던 구영배 큐텐 대표 역시 사태 수습을 위해 한국으로 귀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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