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 건너뛰면 그만" 10대 공유 킥보드 사고 왜 느나 봤더니 [이슈+]

성진우/유채영 2024. 7. 22.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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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면허' 청소년 공유 킥보드 대여 사고↑
직접 빌려보니 "면허 없어도 손쉽게 대여"
'속도 규제' 앞서 '면허 인증 의무화' 필요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사진=게티이미지 뱅크


지난달 8일 경기 고양시 일산 호수공원에서 여고생 두 명이 면허 없이 공유 업체의 전동 킥보드를 몰다가 산책하던 60대 부부를 덮쳤다. 이 사고로 아내는 9일 만에 뇌출혈로 세상을 떠났다.

같은 달 11일 충북 옥천군에서는 공유 업체를 통해 빌린 전동 킥보드를 타던 두 명의 여중생이 자동차와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만 14세였던 학생 한 명은 사고 직후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지만 끝내 사망했다.

'공유형 전동 킥보드'가 점차 대중화되면서 특히 10대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안전사고가 증가하고 있다. 현행법상 전동 킥보드 운행 시 반드시 원동기 면허가 필요한데도 공유 업체들이 면허 인증 절차를 부실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면허 인증 절차 있어도 '유명무실'
'건너뛰기' 누르니 바로 대여 가능

경찰청이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에 제출한 'PM(Personal Mobility·개인형 이동장치) 연령대별 사고·사망·부상 현황'에 따르면 10대 청소년이 전동 킥보드를 주행하다 적발된 사례는 2021년 3531건에서 지난해 2만68건으로 5배 넘게 뛰었다. 같은 기간 사고 건수 역시 539건에서 1021건으로 두 배가량 증가했다.

지난 2021년 도로교통법 개정에 따라 공유 킥보드는 '원동기 장치 자전거'(오토바이)로 분류돼 제2종 원동기 면허 이상을 소지해야만 운행이 가능하다. 해당 면허는 만 16세 이상부터 발급받을 수 있다. 현행법상 만 14~18세의 경우 무면허로 전동 킥보드를 타다 적발될 경우 10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2021년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강화됐으나, 공유 킥보드 업체에 대한 의무 조항이나 벌칙 등이 포함되지 않아 여전히 업체 측의 관리·감독은 소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공유형 킥보드와 사업 구조가 유사한 카셰어링의 경우 2016년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에 따라 이용자는 차량 대여 시 운전면허 종류 등 운전 자격 확인 절차를 의무적으로 거쳐야 한다. 이를 어긴 업체는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공유 킥보드 업체인 지쿠의 대여창. 면허 등록 문구(왼쪽)가 나왔지만, '다음에 등록하기'를 누르자 정상적인 대여가 진행됐다. / 사진=지쿠 캡처


실제 주요 공유형 전동 킥보드 업체들은 면허 인증 절차가 없어도 킥보드를 대여해주고 있다. 기자가 직접 공유형 킥보드 업체인 '지쿠'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보니, 면허를 인증하지 않아도 손쉽게 대여가 가능했다. 결제 방식만 설정한 뒤 원하는 위치에 주차된 공유 킥보드에 붙은 QR 코드를 스캔하니 킥보드에 전원이 들어왔다.

이 과정에서 "전동 킥보드는 운전면허 등록이 필수다", "운행 시 반드시 면허증을 소지해야 한다" 등 문구가 떴지만, '다음에 등록하기' 버튼을 누르니 대여는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킥고잉', '씽씽', '알파카' 등 다른 업체도 모두 인증 절차를 건너뛰면 그만이었다.

운전 면허 인증 절차를 밟지 않았는데도 정상적으로 대여가 진행된 전동 킥보드 / 사진=성진우 기자


알파카 관계자는 "당시 개정안은 업체에 대한 규제가 아니라 교통 법규상 기준을 새로 마련했던 것"이라며 "전동 킥보드 이용자가 수칙을 지키는 것이 먼저 중요하다. 물론 업체도 이용자 계도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개정 직후 대부분 업체가 청소년 이용 자체를 막았었다"며 "곧 몇몇 업체들이 청소년 대여를 다시 허용하기 시작하면서 현재 방식의 대여 시스템이 업계 전반에 자리 잡았다"고 부연했다.

 '제한 속도' 추가 규제 움직임 있지만
 "앱 내 '면허 인증 의무화' 선제 돼야"

당국은 지금까지 공유형 전동 킥보드 규제의 중심을 '속도 제한'에만 치중했다. 2017년 1월, '안전 확인 대상 생활용품의 안전기준'에 전동 킥보드의 최고 속도가 25km로 정해진 것을 시작으로, 최근엔 행정안전부 등 주관 부처와 대여 업체 10곳이 업무 협약을 통해 최고 속도를 20km로 낮추는 시범 사업을 운영 중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면허 인증 절차를 의무화하는 것이 선제 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미연 한국교통안전공단 교수는 "규제나 단속에 앞서서 일단 청소년들의 불법 대여를 막는 것이 급선무다. 그 자체만으로도 당장 사고율을 낮출 수 있다고 본다"며 "그 이후엔 2인 이상 탑승, 헬멧 착용 여부, 대리 대여 등 위법 행위에 대한 철저한 단속과 청소년 교육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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