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시설 하우스 3년 연속 수해…대체 왜?

이연경 2024. 7. 22.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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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대전] [앵커]

앞서 보신 것처럼 시설 재배 단지가 몰려있는 부여군은 올해로 3년 연속 큰 수해를 입었습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 이연경 기자와 좀 더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이 기자!

부여군 전체가 큰 수해를 입은 상황이지만, 특히 피해가 집중된 곳이 있다죠?

[기자]

네, 구룡평야라고 불리는 곳인데요.

부여군 규암면과 구룡면, 남면, 장암면 등 4개 면이 맞닿은 넓은 평야지대입니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은 인근 제방을 두고 일제시대에 쌓았다고 했는데요.

전통적으로 벼농사를 지어온 지역이라는 점을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벼농사를 짓는 곳은 보통 저지대일 가능성이 높은데, 과거에는 수리시설이 발달하지 않아 자연적으로 물이 흘러 모일 수 있는 곳에서 벼농사를 지었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구룡평야에서도 이제는 벼농사 대신 다른 작물을 재배하는 비중이 높다는 겁니다.

저희가 현장을 돌아봤을 때 수박 농사를 짓는 비닐하우스가 상당히 많았는데요.

해당 지역에서는 농가 소득작물로 30년 쯤 전부터 시설 하우스에서 수박 농사를 짓고 있는 상황입니다.

부여에서는 수박 뿐 아니라 멜론이나 방울토마토 같은 특화 작물들도 많이 생산되고 있는데요.

올해만 해도 지난 10일 새벽에 내린 집중호우로 비닐하우스 5천 5백동 이상이 침수된 걸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앵커]

언뜻 영상만 보더라도 이제는 논보다 비닐하우스가 더 많아 보이는데요.

그런데 앞서 지적한대로 배수시설 운영 기준은 여전히 벼농사가 중심인 겁니까?

[기자]

현장에선 농어촌공사가 설치해 둔 안내 표지판을 볼 수 있었는데요.

배수장이 수도작, 즉 벼를 기준으로 배수처리가 되고 , 설계 기준 이상 비가 오면 침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가 담겨 있었습니다.

아시겠지만 논이 밭과 다른 점은 항상 물이 차있다는 점인데요.

현재 상당수 배수장의 배수 용량 기준은 벼 재배에 맞춰져 있습니다.

그래서 배수장 인근 농경지, 즉 논의 수위가 70cm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24시간까지 침수를 허용합니다.

논에 물이 차더라도 24시간 안에 빠지기만 하면 수확량에 큰 영향이 없기 때문인데요.

앞서 보셨다시피 논에 시설 하우스가 많이 들어서고 밭작물 재배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기준은 현실과 동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밭작물은 그야말로 잠시만 물에 잠겨도 큰 피해가 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쌀이 과잉 생산되면서 정부에서도 밭농사를 권고하고 있고 이 때문에 점차 밭작물 재배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라는 겁니다.

지난해에는 전체 경지 면적 가운데 절반인 49%가 밭이었습니다.

하지만 관리가 까다로운 밭농사 배수 관리는 이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앵커]

배수장을 관리하는 한국농어촌공사 내부에서도 이런 문제를 이미 알고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기자]

네, 맞습니다.

그래서 농어촌공사는 농지배수나 농지관개, 농업용 댐과 관련한 일부는 이미 개정했고, 남은 설계 기준도 차례로 개정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논벼는 20년 빈도의 강우량을 적용하며, 밭작물이 집단화된 지역은 작물 유형과 침수피해 정도 등을 종합해 30년 빈도 이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기준을 강화했다는 건데요.

일단 설계 기준을 바꾸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입장입니다.

설계 기준은 장관 고시 사항인데, 심의위원회 등을 거쳐야해 절차가 까다롭다는 겁니다.

그래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유수지를 정비하는 등 급한대로 대응해 나가고 있는데, 침수 피해가 나는 곳이 너무 많고, 우선 순위에서도 밀리다보니 속도는 매우 더딥니다.

무엇보다 배수 용량 확대 예산이 크게 부족한데요.

논과 시설하우스가 아직 혼재해 있는 상황이다보디 재정당국에선 무턱대고 이 사업을 쌀 생산 기반 확충사업으로 보고 있어서, 예산을 늘리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날로 심각해져가는 기후 변화에 따라 재해 예방의 일환으로 배수용량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는 만큼 바뀐 농업 현실을 반영한 설계기준 개정이 시급해 보입니다.

[앵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이연경 기자 (ygle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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