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호정의 컬쳐 쇼크 & 조크] <183> 영화 ‘퍼펙트 데이즈(Perfect 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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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퍼펙트 데이즈(Perfect Days)'는 포스터만 봐도 대충 감이 오듯이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미덕을 체험하게 해주는 다소 잔잔하고 느린 템포의 영화다.
일본 국민배우 야쿠쇼 코지를 닮은 잘생긴 도쿄 공중 화장실 청소부의 반복되는 평화로운 일상을 담백하고 아름답게 담아냈다.
사실 '이 정도면 음악영화라고 소개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주옥같은 올드 팝 명곡들이 눈부신 활약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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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퍼펙트 데이즈(Perfect Days)’는 포스터만 봐도 대충 감이 오듯이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미덕을 체험하게 해주는 다소 잔잔하고 느린 템포의 영화다. 일본 국민배우 야쿠쇼 코지를 닮은 잘생긴 도쿄 공중 화장실 청소부의 반복되는 평화로운 일상을 담백하고 아름답게 담아냈다. 일본 사람들은 이런 영화를 참 잘 만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감독을 확인해보니 ‘파리, 텍사스’, ‘베를린 천사의 시’를 만든 독일 출신 영화계의 거장 빔 벤더스였다. 빔 벤더스의 영화들을 남다르게 애정 했던 이유 중 하나는 그의 영화 속에 흐르던 음악들에 꾸준히 취향을 저격당했기 때문이다. 특별한 사건도 사고도 터지지 않는 이 잔잔한 영화를 ‘n차 관람’까지 한 이유도 영화 전반에 흐르는 애니멀스, 벨벳언더그라운드, 루 리드, 오티스 레딩의 명곡들의 지분이 크다. 사실 ‘이 정도면 음악영화라고 소개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주옥같은 올드 팝 명곡들이 눈부신 활약을 펼친다.
주인공과 함께 도쿄 시내를 누비며 자동차 안에서 함께 카세트 테이프로 노래 몇 곡을 듣다보면 도쿄 공중화장실 청소부 히라야마 형님과 단 둘이 밤새 길고 긴 이야기를 나눈 것처럼 내적 친밀도가 상승하는 체험을 하게 된다.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카세트로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다 잠을 청하는 등 낡고 익숙한 방식으로 소확행을 지켜가는 중년사내의 모습을 보니, ‘어릴 적 내가 모았던 그 많던 카세트 테이프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궁금해졌다. 외출을 하기 전엔 항상 몇 개의 카세트 테이프를 신중하게 가방에 골라 담았다. 그것이 오늘의 플레이리스트였다. 가방 안에서 서로 부딪히며 달그락 거리는 소리를 내는 플레이리스트라니 이제 와 생각하면 참으로 낭만적이고 정겹기 짝이 없다. 가끔 급하게 술값이 필요할 땐 카세트 테이프들은 화폐처럼 쓰이기도 했다. 당시 국제시장 인근에 있던 먹통레코드에 찾아가 중고(라고 쓰지만 요즘엔 빈티지라고 하더라) 테이프를 잔뜩 가져가 팔기도 했다. 최근 다시 레트로가 유행하다 보니 젊은 친구들이 카세트 테이프를 사서 모으기도 한다는 얘길 들으니 비정하게 박스 째 내다버린 나의 보물들이 가슴 아프게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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