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후보 사퇴] 대선 결과 예의주시… 기업들 `투자도 신중`

양호연 2024. 7. 22.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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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등 보조금 변화 '가능성'
시기·속도 조절… 대비 기조 유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2024년 3월26일 노스캐롤라이나주 랠리에서 보건의료 주제 연설을 마친 뒤 포옹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EPA=연합뉴스 자료사진]

2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전격 후보 사퇴로 지난주까지 '트럼프 대세론'이었던 미국 대선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방산 등 산업계 전반에도 불확실성이 커졌다. 우리 기업들은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서며 신중한 태도로 미국 대선 경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은 올해 한국 수출의 성장세에 가장 큰 기여를 해 준 국가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287억달러(약 40조원, 통관기준 잠정치)로 전년 대비 55.1% 늘어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대미 수출액은 643억달러로 중국(634억달러)을 넘어 한국의 최대 수출국에 이름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오는 11월 미 대선과 함께 이뤄지는 의회 선거 결과에 따라 반도체와 전기차·배터리 보조금 정책 등에 변화의 가능성이 있는 만큼, 기업들이 계획이나 시기 등을 조정하며 다양한 플랜을 만들어 대응에 나설 것을 조언했다.

그간 대미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려온 우리 기업들의 불확실성은 극대화된 분위기다.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로 미 대선의 분위기가 요동치고 있으나, 여전히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우위에 대비해야 한다는 기조는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보다 미국의 이익을 앞세우는 자국 우선주의 기조를 강조해 왔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후보수락 연설에서 "미국에 물건을 팔고 싶으면 미국에서 만들면 된다"며 "동의하지 않으면 100~200%의 관세를 부과해 미국에서 팔지 못하게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또 16일 언론 인터뷰에선 "대만이 미국 반도체 사업을 전부 다 가져갔다"고 발언했다. 이와 함께 바이든 행정부가 공을 들여온 반도체지원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에도 부정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로 추천한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된다고 해도 현 행정부의 정책 기조를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이에 누가 되든 미국 우선주의가 강화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어떤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 된다고 해도 우리 기업들 입장에선 지금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대선 뿐 만아니라 오는 11월 이뤄질 의회 선거에도 주목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조 원장은 "만약 '트럼프2.0 시대'가 열린다 해도 반도체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에 대한 보조금 지원이나 세액공제에 대한 부분이 하루아침에 뒤바뀔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며 "기업들도 현재 어떤 기조를 유지한다는 게 '플랜A'라고 한다면 투자 계획이나 시기 등을 조정하며 다양한 플랜을 만들어 대응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 기업들은 우선 투자 시기와 속도를 조절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례로 미국 대선 결과에 가장 민감한 영향을 받는 반도체 업계에선 트럼프 트레이드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것에 대해 내심 안심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만이 우리 반도체 사업을 전부 가져갔다"는 발언 이후 관련 업체 주가가 곤두박질 쳤는데, 한·미·대만 반도체 동맹이 다시 굳건해질 가능성에 주목한 것이다.

이에 따라 반도체 업계에선 약속한 대미 투자는 그대로 진행하되, 투자 속도와 확대 여부는 대선 결과를 지켜본 뒤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19일 제주 서귀포의 한 식당에서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정부가) 보조금을 안 준다면 (미국 투자를)다시 생각해야 할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자동차 업계도 전동화 계획을 늦추거나 축소하면서 미국 대선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이날 보고서에서 "오는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전기동력차 관련 정책 불확실성과 시장 변동성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중국산 전기차 관련 소재 및 부품의 관세인상으로 인해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생산원가 부담도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배터리 업계에서도 미국 내 공장 가동 시점을 늦추며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특히 "IRA는 '녹색 사기(green scam)'에 불과하다"고 강도높게 비난한 트럼프 대세론이 흔들림에 따라, 친환경차 지원 정책이 지속되거나 한층 강화되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적잖은 기업들이 경영 전반에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만큼 한편으론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우리 기업의 대미 투자 시점을 조절하는 등 시간을 벌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호연·박한나·임주희기자hy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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