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지금 ‘먹사니즘’이라니…민주주의 회복이 우선 [왜냐면]

한겨레 2024. 7. 22.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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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대통령의 위대함은 무엇인가? 그는 고도성장을 통한 놀라운 경제발전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불행한 이유가 공정한 분배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이를 고치려고 모든 것을 바쳤던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한 노무현을 우리는 제대로 이해 못 해 심지어 무슨 일만 터지면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야"라는 비아냥을 퍼부으며 '경제 살리기'를 외친 이명박을 선택했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고 결국 그의 죽음을 맞이해서야 그가 그토록 역설하던 본질의 중요성을 깨닫고 훗날 촛불혁명의 기치를 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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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당대표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양의모 | 작가·전 대학교수

고 노무현 대통령의 위대함은 무엇인가? 그는 고도성장을 통한 놀라운 경제발전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불행한 이유가 공정한 분배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이를 고치려고 모든 것을 바쳤던 것이 아닐까 싶다. 그의 정치 생활 중 ‘경제성장’을 꿈꾼 게 아니라 즐겨 부르던 ‘사람 사는 세상이 돌아와’의 가사처럼 본질이라 할 공정한 세상을 꿈꾸었다.

그가 대통령 취임사에서 외환위기의 여파로 경제에 올인하던 시절임에도 불구하고 “반칙과 특권이 없어야 한다”고 역설한 것이 이를 상징한다. 그러한 노무현을 우리는 제대로 이해 못 해 심지어 무슨 일만 터지면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야”라는 비아냥을 퍼부으며 ‘경제 살리기’를 외친 이명박을 선택했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고 결국 그의 죽음을 맞이해서야 그가 그토록 역설하던 본질의 중요성을 깨닫고 훗날 촛불혁명의 기치를 들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이재명 대표의 ‘먹사니즘’(먹고사는 문제 해결) 선언은 실로 뜬금없게만 느껴진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본질적 문제를 해결하여야 하기에 ‘먹사니즘’은 우리가 전개해 온 투쟁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깨어있는 시민’들이 지금 강조해야 할 것이 윤석열 정권에 의해 무너진 이 나라의 민주주의와 법치의 회복이 곧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기에 “특검이 민생”이라는 말을 외친 것은 아니었나?

역사는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불합리한 제도와 체제를 그대로 둔 채 경제가 발전한 경우는 없다는 것을. 영국이 17세기 청교도혁명과 명예혁명 등을 거쳐 절대주의를 청산하고 부르주아 국가를 건설한 것이 유럽 최초의 산업혁명을 가져온 원인이다. 그렇게 해서 발전한 경제가 탄생시킨 노동자계급의 연대가 민주주의를 가져왔고 민주주의가 오늘날 그들의 경제적 번영을 가져왔으니 경제발전과 제도·체제의 상관관계는 너무나도 명백하다 할 것이다.

우리라고 다를까? ‘후불제 민주주의’라는 말처럼 우리는 미국이 가져온 민주주의를 오랫동안 이어온 민중 투쟁의 전통을 바탕으로 한 민주화운동을 통해 실체적 진실로 만들어 왔으며, 이는 경제발전의 제도적 장애를 제거한 발판이 되었다. 민주주의를 거부한 북한이 초기의 경제적 우위를 살리지 못하고 경제적 후진국이 된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이런 사실을 볼 때 전후 독립한 국가 중 선진국의 지위에 오른 나라가 우리 말고 없음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이재명 대표가 ‘먹사니즘’을 내건 배경은 이해가 되나 윤석열 정권의 민주적 가치 파괴라는 현실을 감안하면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공정’을 주장한 노무현 정부 시절 경제성장률이 4%대라는 놀라운 수준이었지만, ‘성장’에 목을 맨 보수 정부의 경제 성적표는 ‘외환위기 초래’가 상징하듯 초라하기 이를 데 없었고 공정의 가치를 철저히 파괴하고 있는 윤석열 정권의 경제 성적표는 최악임을 명심해야 한다.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을 먼저 하라”는 말은 자칫 눈앞의 과제에 매달려 본질을 소홀히 할 수 있음을 지적하는 말이다. 이럴 때일수록 ‘본질이 먼저다’라는 원칙에 충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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