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형이 김도영 1위 넘보나… '전설의 CK포' 소환 가시화, 기록의 레이스 시작됐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타고 성향이 비교적 뚜렷한 올 시즌 KBO리그에서 팀 홈런 공동 1위는 KIA와 삼성이다. 더 가공할 만한 타선은 역시 KIA다. KIA는 올해 94경기에서 타율 0.299라는 어마어마한 정교함을 가지고 있는 동시에 111개의 대포를 터뜨리며 리그 공격 테이블을 주도하고 있다.
불과 3~4년 전까지만 해도 KIA가 소총 부대로 평가절하됐던 시기가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상전벽해다. 최형우, 혹은 외국인 타자 외에는 홈런을 칠 선수가 없었던 KIA는 내부 육성은 물론 외부에서 나성범이라는 리그 최정상급 타자를 영입하며 장타력 보강에 열을 올렸다. 이는 조금씩 성과를 내더니 올해 팀 장타율(.461) 압도적인 1위라는 성과로 돌아왔다. 올 시즌 리그 팀 장타율 2위인 두산(.423)과 비교해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그런 KIA는 올해 네 명의 선수가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고, 이중 셋은 20홈런 이상이 확실시된다. 현재 팀 홈런 선두는 김도영(24개)이다. 전형적인 홈런 타자 이미지가 아니었던 김도영은 올해 시즌 초반부터 가공할 만한 홈런 페이스를 선보이며 리그 홈런 부문에서 공동 2위권을 형성 중이다. 이어 소크라테스 브리토(21개)가 20홈런 고지를 넘겼고, 베테랑 최형우(19개)도 20홈런에 한 개를 남겼다.
사실 KIA 팀 홈런 1위는 김도영의 차지가 될 것이 확실시됐던 시기도 있었다. 김도영의 홈런 페이스가 빨랐던 것은 물론, 최형우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의 홈런 페이스는 다소 늦었기 때문이다. 나성범이 부상으로 오래 빠져 있었던 것 또한 김도영 독주의 확신을 심어주는 요소였다. 그런데 지금은 이야기가 조금 달라졌다. 소크라테스가 김도영을 추격하고 있다.
후반기 들어 김도영의 홈런 페이스가 다소 떨어진 것도 있지만 그래도 6월 이후로 범위를 넓혀보면 38경기에서 11개의 홈런을 쳤다. 그런데 소크라테스도 만만치 않은 기세로 따라오고 있다. 소크라테스는 6월 이후 10홈런을 기록했고, 후반기 시작 이후 11경기에서 4개의 홈런을 보태며 김도영을 3개 차이로 추격 중이다. 소크라테스는 이미 자신의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2023년 20개)을 경신한 상태다.
두 선수의 최종 승자가 누가될지도 하나의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더 흥미로운 건 두 선수가 동반 30홈런 고지를 밟을 수 있느냐다. 현재 산술적인 김도영의 홈런 페이스는 37홈런, 소크라테스는 32홈런 정도다. 아무리 타고 성향의 시즌이라고 해도 30홈런 이상을 기록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올해보다 더 극단적인 타고였던 2018년에도 30홈런 이상 달성자는 리그 전체를 통틀어 11명에 불과했다.
KIA에서 30홈런 듀오가 탄생한 것은 꽤 오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2009년이 마지막이다. KIA는 메이저리그에서 복귀한 좌타 거포 최희섭이 33홈런, 그리고 트레이드 이적 후 대포를 폭발시키며 펄펄 난 김상현이 36홈런을 기록했다. 화끈한 장타쇼에 팬들은 아직도 그들을 이니셜을 ‘CK포’로 기억한다. 이후 가장 근접했던 건 2020년 프레스턴 터커(32홈런)와 최형우(28홈런)이었지만 동반 30홈런을 달성하지는 못했다.
만약 김도영과 소크라테스가 30홈런을 넘긴다면 2009년 이후 첫 동반 30홈런 타이거즈 듀오가 된다. 2024년의 콤비와 2009년의 콤비는 이미지와 플레이스타일이 완전 다르지만 홈런 기록으로 하나의 접점을 찾게 되는 것이다.
한편 김도영이 30홈런을 기록할 경우 2016년 이범호(33홈런) 이후 타이거즈 국내 선수로는 처음으로 30홈런을 때린 선수로 역사에 남는다. 소크라테스는 2020년 터커 이후 첫 타이거즈 외국인 선수 30홈런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나성범이 힘을 내 최형우까지 네 명의 선수가 20홈런을 달성한다면 2018년 이후 첫 4명 이상 20홈런 기록도 쓸 수 있다. 2018년 당시 KIA는 나지완(26개), 최형우(25개), 안치홍(23개), 로저 버나디나, 이범호(이상 20개)까지 5명의 선수가 20홈런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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