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A콜렉션] 여상희 '검은 대지'

2024. 7. 22.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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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상희의 '검은 대지'는 2018년 광주 비엔날레에서 처음 공개된 작품으로 최근 부산현대미술관의 전시 '이것은 부산이 아니다: 전술적 실천'(2024)에서도 주요 작품으로 전시된 바 있다.

신문지를 으깬 뒤 먹과 혼합해 제작한 비석들은 각기 다른 높낮이와 질감을 갖고 있다.

신문지를 재활용해 만든 종이나 비석 위에 인두로 글씨를 새겨 넣는 방식은 제주4·3미술제에 참여하면서 선보였던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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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상희, '검은 대지', 신문지로 만든 가압 패널에 인두, 가변설치, 2018.

여상희의 '검은 대지'는 2018년 광주 비엔날레에서 처음 공개된 작품으로 최근 부산현대미술관의 전시 '이것은 부산이 아니다: 전술적 실천'(2024)에서도 주요 작품으로 전시된 바 있다. 신문지를 으깬 뒤 먹과 혼합해 제작한 비석들은 각기 다른 높낮이와 질감을 갖고 있다. 바닥에 누운 비석들의 집합은 재조일본인의 역사나 제주4·3, 보도연맹, 포로수용소 등에 얽힌 역사와 기억을 담고 있다. 작가는 비석 위에 인두로 사건 당사자들의 증언과 기록을 새기는 행위를 통해 근현대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일어났던 국가적 폭력과 그로 인해 희생된 사람들,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사건과 잊힌 죽음을 현재로 소환한다. 신문지를 재활용해 만든 종이나 비석 위에 인두로 글씨를 새겨 넣는 방식은 제주4·3미술제에 참여하면서 선보였던 것이기도 하다. 2015년 작 '사라진 마을, 주인 없는 묘', 2016년 작 '재로 쓴 이야기: 그을린 마을의 증언'에서 해체된 신문지 위에 노랫말과 증언록을 새김으로써 제주4·3의 희생자를 애도했다면, 2018년 작 '검은 대지'는 한국 근현대사 전체로 대상을 넓혀 더 많은 사회적 죽음을 다루고 있다.

여상희는 목원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미술이론을 전공했다. 회화에서 출발한 그의 초기 작업은 다양한 유기적 형태를 다뤘으며, '10 Next Code'(대전시립미술관, 2008)에서 선보였던 작품들에서 볼 수 있듯이 관객을 향해 움직이는 듯한 거대한 유기체와 같은 화면이 특징적이었다. 촉수를 지닌 생물을 연상시켰던 회화적 주제는 점차 입체 작업으로 발전했다. 이후 여상희의 작업은 대전과 부산을 중심으로 사라져 가는 도시 공간을 탐구하고 그 기록과 사람들의 기억을 주제로 옮겨갔다. 기록과 기억, 상실과 재생에 대한 그의 작가-아키비스트적 관심은 한국의 근현대사를 거치며 일어났던 국가적 폭력을 다룬 작품들에서도 지속적으로 나타난다. 그는 꾸준히 한국 근현대사 서사에서 누락·망각된 대전지역의 역사적 사건과 기억을 발굴해 재생시키는 작업을 해오고 있으며, '검은 대지'(2018) 역시 국가 권력에 의한 희생과 비극을 재생과 기록의 방식으로 증언한다. 김민경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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