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민중가요 `아침이슬` 김민기 별세… "나는 할만큼 다 했다" 말 남겨

박한나 2024. 7. 22.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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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 증세 악화… 향년 73세
민중적 정서 담은 노래 작곡
배움의 밭 학전 30여년 운영
황정민·설경구 등 배우 배출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장례식장에 가수 고(故) 김민기(극단 학전 대표)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연합뉴스]

1970년대 민주화 운동의 상징적 가요인 '아침이슬'을 작사·작곡한 싱어송라이터 김민기(사진)가 지난 21일 73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고인은 대학로 소극장의 상징 '학전'을 30여 년간 운영하며 후배 예술인을 배출해온 예술기획가이기도 하다.

김민기의 조카이자 학전 총무팀장인 김성민 씨는 22일 서울 대학로 학림다방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댁에서 요양 중이던 선생님(김민기)의 건강이 지난 19일부터 조금 안 좋아졌고 20일 오전 응급실을 찾았다"며 "병원에 갔을 때부터 상태가 좋지 않아 다음 날 오후 8시 26분에 돌아가셨다"고 밝혔다.

고인은 '아침이슬' 외에 '기지촌' '이제는 여기에' '친구' '상록수' 등 민중적 정서를 담은 노래를 많이 작곡했다. 군부독재 시절 민중적 가요를 작곡하고 소극장을 운영하면서도 그는 직접적으로 정치적 의견을 피력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의 노래가 민주화투쟁 시절에 미친 영향은 막대하다. 그런 점에서는 역설적으로 그는 매우 정치적인 인물이었다.

대중예술에 끼친 영향도 크다. '학전'이 배출한 유명 배우들이 즐비하다. 김윤석 황정민 설경구 조승우 장현성은 '학전 독수리 오형제'로 널리 알려졌다. 이밖에 안내상 전배수 방은진 김원해 배해선 등 많은 배우들을 배출했다. 가수 김광석 유재하도 학전 출신이다. 직접 번안·연출한 뮤지컬 '지하철1호선'은 8000회 이상 무대에 올려 70만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다. 이 작품으로 김민기는 괴테메달을 수상했다.

조카 김성민 씨는 고인이 눈을 감기 직전 유언이 없었느냐는 질문에 "갑작스럽게 떠나셨지만 3∼4개월 전부터 가족 등 가까운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많이 하셨다"며 "학전과 관련해선 '지금 끝내는 게 맞다. 나는 할 만큼 다 했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이어 "선생님은 배우 설경구, 장현성 씨가 와도 '밥은 먹었냐'고 하실 분"이라며 "(평소 성격을 미뤄) 가족들과 상의한 끝에 조의금과 조화를 받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민기는 1951년 전북 익산에서 10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경기중·고등학교를 다닐 당시 미술에 몰두했던 학생이었으나 1969년 서울대 회화과에 입학한 뒤 붓을 놓고 가수의 길로 접어들었다.

획일적인 수업 방식에 거부감을 드러낸 그는 1학년 1학기를 마친 뒤 고등학교 동창 김영세와 포크송 듀오 '도비두'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1970년 명동 '청개구리의 집'에서 공연을 열며 그를 대표하는 곡 '아침이슬'을 작곡했다.

양희은이 노래한 '아침이슬'은 대학생들의 입에서 입으로 퍼져나갔다. 1987년 민주항쟁 당시 광장에 모인 군중들은 '아침이슬'을 부르며 저항정신을 되새겼다.

실상 고인의 가수 생활은 외압에 맞선 저항의 역사였다. 1971년 발표한 데뷔 음반 '김민기'는 출반 직후 압수당했다. 다른 노래 '늙은 군인의 노래' '상록수' 등 그의 다른 노래들도 줄줄이 금지곡으로 지정됐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봉제 공장과 탄광에서 일하면서도 노래로 생각을 드러내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1977년 봉제 공장에서 일하며 '상록수'를 작곡해 발표했고, 1984년에는 민중가요 노래패 '노래를 찾는 사람들'을 결성해 프로젝트 음반을 발매했다.

1991년 대학로에 소극장 학전을 개관한 뒤로는 연극과 뮤지컬을 연출하며 스타들을 배출했다. 그곳에서 1000회 이상 라이브 공연을 열며 팬들과 호흡한 고(故) 김광석은 학전이 배출한 최고 스타였다.

지난 3월 학전이 개관 33주년 만에 문을 닫으며 마지막으로 연출한 작품은 '고추장 떡볶이'였다. 그는 학전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좀 더 열심히, 더 많이 뛸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학전을 기억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전하고 싶다"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배우자 이미영 씨와 슬하 2남이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유족은 발인일인 24일 오전 옛 학전이 자리한 아르코꿈밭극장에 들렀다가 장지인 천안공원묘원에 유해를 봉안할 예정이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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