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빠진 조선하청노동자 사정…정부 상생협약? 현장은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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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여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하청노동자들이 51일간 파업하며 이렇게 외쳤다.
이씨는 "정부가 조선업 원하청기업과 상생협약을 맺었다지만 하청노동자들은 그게 뭔지 모른다. 현장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정부와 한화오션이 잘못 선택한 길로 한국 조선업을 몰아가지 말라"며 "정부는 다단계 하청 고용을 금지하고, 한화오션은 상용직 하청노동자 고용 확대, 임금 대폭 인상을 비롯해 직접 단체교섭에 응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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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상생협약 맺었어도 아무 효과없어”
하청 정규직 ‘본공’ 줄고 물량팀 늘어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
2022년 여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하청노동자들이 51일간 파업하며 이렇게 외쳤다. 파업 이후 정부는 하청노동자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말은 요란했다. 2년이 지난 지금 조선하청노동자들은 ‘이대로' 살고 있었다. 16년차 취부공 이학수(46)씨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한겨레와 만나 “2년 전보다 사정이 더 나빠졌다. 저임금을 견디다 못한 동료들은 조선소를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파업 당시 고공농성을 벌이며 건조 중인 선박 15m 난간에 올랐던 6명 중 한명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조선하청지회)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조선하청노동자들의 현실을 증언했다. 이씨는 “정부가 조선업 원하청기업과 상생협약을 맺었다지만 하청노동자들은 그게 뭔지 모른다. 현장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2월 정부가 추진해 체결한 ‘조선업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상생 협약’ 논의 당시, 전문가들은 숙련기술인력 확보를 위해 하청업체 상용직 노동자인 ‘본공’ 중심의 인력 운영을 강조한 바 있다. 협약에는 “하청이 임금인상률을 높임으로써 원하청 간 보상 수준 격차를 최소화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본공들의 임금은 조선업 호황이 무색할 정도로 인상이 더뎠다. 이씨 시급은 2021년 1만270원에서 해마다 350원, 650원, 460원 올라 올해는 1만1730원에 그쳤다. 그는 “올해 시급으로 계산해도 잔업·특근을 안 하면 월급은 270만원”이라고 말했다.
낮은 임금에 본공들은 조선소를 떠나거나 시급이 상대적으로 높은 ‘물량팀’으로 옮겨가고 있다. 물량팀은 하청업체가 공정 단위로 일감을 맡기는 재하청노동자다. 이들은 공정이 끝나면 일자리를 잃지만 임금은 본공보다 높다. 그러나 연장·휴일근로수당은 물론 퇴직금까지 시급으로 욱여넣은 ‘직시급제’ 형태로 받는다. 4대보험에 가입하려면 사업주가 내야 하는 보험료까지 내야 하고, 사업소득세를 공제하는 이른바 ‘3.3% 계약’을 맺는다고 한다. 모두 노동 관계법 위반이다.
본공으로 일하다가 지난해 6월 물량팀으로 옮긴 한 15년차 용접공 ㄱ씨는 이날 간담회에서 “본공일 때 지난해 시급이 1만1천원에 못 미쳤는데 물량팀에서는 직시급제로 2만8천원”이라며 “본공보다 일이 힘들고 고용이 불안정하지만 임금 때문에 물량팀에서 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파업 이후 하청노사가 합의한 ‘재하도급 금지’나 상생협약에 포함된 ‘물량팀 사용 최소화’가 무색할 만큼, 조선소에서 물량팀은 계속 늘고 있다. 조선하청지회가 공개한 한화오션의 한 하청업체 인력 현황을 보면 총 129명 인원 가운데 물량팀은 40명으로, 본공(37명)보다 많았다.
2년이 지나도 달라진 것 없는 현실에 노동자들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 한화오션 본사 앞에서 하청노동자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정부와 원청의 책임을 주장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정부와 한화오션이 잘못 선택한 길로 한국 조선업을 몰아가지 말라”며 “정부는 다단계 하청 고용을 금지하고, 한화오션은 상용직 하청노동자 고용 확대, 임금 대폭 인상을 비롯해 직접 단체교섭에 응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한화오션 관계자는 “협력사 정규직 확대 및 유지를 위해 정부에서 추진 중인 ‘조선업 재직자 희망 공제사업' 등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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