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특별관계자 의결권 제한해야"

김지영 2024. 7. 22. 18:4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자본시장법 상의 합병가액 산정 기준을 바탕으로 알짜 자회사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을 합병하는 내용의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이 논란이다.

분할 주체인 두산에너빌리티 이사회는 일반주주의 이익에 대한 검토를 하지 않았고, 외국인 투자자는 법을 악용한 합병안에 보유 주식을 전량 매도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자본시장법 합병가액 기반 '밥캣-로보틱스' 합병비율 산정…주주 이익 침해 소지
"주주이익 검토 전무"…외국인투자자 "한국보다 다른 나라 투자"

[아이뉴스24 김지영 기자] 자본시장법 상의 합병가액 산정 기준을 바탕으로 알짜 자회사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을 합병하는 내용의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이 논란이다. 분할 주체인 두산에너빌리티 이사회는 일반주주의 이익에 대한 검토를 하지 않았고, 외국인 투자자는 법을 악용한 합병안에 보유 주식을 전량 매도했다. 주주권리 옹호 단체는 지배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고, 주주총회를 통해 찬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두산그룹의 핵심 계열회사인 두산에너빌리티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투자사업부문(두산밥캣)을 분할해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기로 했다. 분할합병과 함께 ㈜두산은 지난 11일 두산에너빌리티가 보유한 두산밥캣 지분 46%와 일반 주주가 들고 있는 54%를 두산로보틱스에 넘겨 100% 자회사로 만들고, 그에 상응하는 두산로보틱스 주식을 두산밥캣 주주들에게 건네기로 했다.

분할합병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분할합병비율은 두산로보틱스 1주에 대해 두산밥캣 0.63으로 정해지며 논란을 사고 있다.

두산밥캣의 작년 기준 매출액은 9조7000억원, 영업이익은 1조3000억원에 달한다. 두산로보틱스의 경우 작년 연 매출액은 530억원, 영업손실 158억원이다. 두산로보틱스는 밥캣과 매출액 기준 약 183배가 나지만, 두 회사의 기업가치를 1대 1로 동일하게 산정했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상장법인의 합병가액 산정을 시가로 하도록 한 것에 기초했다.

자본시장법을 활용하면서 두산그룹의 두산밥캣에 대한 지배력이 대폭 높아진다. 두산의 두산밥캣 지분율은 현재 14% 수준인데, 현 공시대로 합병을 진행하게 되면 지분율은 42%까지 높아진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2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두산그룹 케이스로 본 상장회사 분할 합병 제도의 문제점'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김지영 기자]

천준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은 22일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최악으로 이용한 사례가 될 것"이라면서 "두산그룹 3개사 이사회 회의록 어디에도 주주 이익을 위한 검토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모자회사 간 합병에서 모회사를 특별 이해관계자로 볼 여지가 있다며 에너빌리티 주주총회에서는 30% 지분을 가진 두산그룹이, 밥캣 주주총회에서는 46% 지분을 가진 두산에너빌리티가 각각 의결권을 스스로 행사하지 않고 일반 주주만의 결의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산밥캣에 투자한 외국인 투자자도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외국계 투자자 테톤 캐피탈 파트너스(Teton Capital Partners)의 션 브라운(Sean Brown)이사는 "두산밥캣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5% 미만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합병 공시를 보고 장내 매도했다"고 말했다.

이 투자자는 시가총액이 아니라 기업가치(EV)로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비율을 계산했을 때 적정 비율은 96대 4로 산출된다고 주장했다.

션 브라운 이사는 "외국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컨퍼런스콜에서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의 CEO, CFO가 이런 결정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두 회사의 시너지'라고 답했는데, 시너지 가치에 대해선 '이사회에서 예상하거나 추산할 시간이 없었다'고 답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이사회 충실의무와 선관주의 의무를 나라마다 자세히 분석할 예정"이라며 "요즘에는 한국보다 다른 나라에서의 투자 기회를 더 알아보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알렸다.

김광중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변호사는 "(상법상) 이사의 의무에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고려하도록 상법이 개정됐다면 이런 일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이렇게 부당한 일이 벌어져도 우리나라에서 소액주주들이 제대로 다툴 수 있는 장치들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김지영 기자(jy1008@inews24.com)

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