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후보 사퇴] 美 대선판 요동… 금융시장, 트럼프 트레이드 약화?

김남석 2024. 7. 22.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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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설 이후 4대 지수 떨어져
항셍외 亞 증시도 일제히 하락
정치적 변동성 커지자 금값 ↑
시장, 달러매수·채권매도 양상

불확실성을 줄여가던 미국 대선 정세에 다시 불이 붙으면서 향후 시장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가 선반영돼 증시 등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라는 새로운 변동성이 부각되며 글로벌 경제가 요동칠 수 있다는 분석이 맞선다.

22일 새벽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에서 사퇴한 뒤 글로벌 증시가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항셍지수를 제외한 코스피, 상해종합, 닛케이, 대만가권 등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모건스탠리는 아시아 및 신흥시장 기술주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낮추고, SK하이닉스, TSMC, 도쿄일렉트론 등 주요 AI칩 관련 종목을 관심 목록에서 뺐다.

시장에서는 지난 13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피습을 받은데 이어 유례 없는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까지 미 대선 정세가 2주 연속 급변하면서 '위험회피' 분위기가 아시아 증시를 더 강하게 강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오전 중국이 사실상의 기준금리인 LPR 금리를 '서프라이즈 인하'하며 둔화된 경제를 부양하려는 의지를 밝혔지만 아시아 증시는 대선 리스크를 더 크게 받아들였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술주가 조정 국면에 들어선 뒤 지난주 MS발 IT 대란이 투심을 추가로 악화시켰고,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가 정치발 변동성을 재차 확대했다"며 "아직까지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어 트럼프 트레이드가 우세했지만, 불확실성 앞에 외국인이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현선물을 순매도했다"고 말했다.

앞서 나타나던 '트럼프 트레이드'도 다소 완화되는 양상이다. 트럼프 트레이드란 트럼프가 확실한 우세를 보이자 미국 내수 시장에 집중하는 중소형 기업의 주식을 담고, 채권을 매도하고 달러를 매수하는 방식이다.

지난주까지 S&P500 지수에서 자금이 빠지고 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지수와 블루칩 위주의 다우지수가 상승했지만, 바이든 사퇴설이 불거진 뒤 다우와 나스닥, S&P500은 물론 러셀2000지수까지 하락세로 돌아섰다. 불확실성을 해소할 때까지 관망세를 유지하겠다는 관망세가 짙어진 것이다.

정치적 변동성이 커지면서 위험자산 기피 현상으로 증시는 하락하고, 안전자산인 금값은 오르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피습을 받은 뒤 급등했던 금값이 지난주 다시 안정세를 찾아가던 모습을 보였지만, 이날 다시 꿈틀대는 모습을 보였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이 낮지 않은 구간이지만 분위기 반전 트리거만 만들어진다면 다시 뻗아나갈 수도 있다"며 "민주당 내 후보 결정 관련 내러티브 흐름으로 변동성이 촉발될 수 있어 계속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미 지난주부터 바이든 사퇴설이 사실상 기정사실화 됐고, 이같은 리스크가 대부분 증시에 선반영된 만큼 오히려 미 대선발 변동성은 다소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가 미칠 영향을 주목하던 국내 채권시장도 해당 사태의 여파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10년물 국고채 금리는 연 3.145%로 1.1bp(1bp=0.01%) 하락했고, 20년물도 연 3.099%로 1.2bp 내렸다. 3년물도 0.3bp 내린 연 3.071%에 장을 마쳤다.

시장 한 관계자는 "바이든 사퇴가 예상됐던 이벤트이고, 그동안 장기금리가 크게 상승하지 않아 당장의 큰 영향이 없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트레이드가 일부 되돌려질 가능성은 있지만 당장의 정치적 이슈보다는 물가 안정과 고용 등 경제 지표의 흐름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바이든 사퇴 이후 요동쳤던 가상자산 시장도 다시 전날 가격으로 되돌아가는 등 시장도 빠르게 안정세를 찾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미 대선 이슈는 단기적인 영향에 그치고 향후 주요 기업들의 실적 발표 등이 시장에 더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정치적 불확실성 자체가 확대된 상황이라 증시 및 금융시장이 조금은 하락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면서도 "그동안의 불확실성은 바이든 현 대통령의 정책 보다는 개인의 인지능력과 관련된 사안이었지만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차기 후보로 지명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제 다시 전통적인 선거 구도가 잡혔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주 중반으로 갈수록 정치적인 이슈에서 벗어날 것"이라며 "결국 시장의 초점은 기업 실적으로 이동할 것이고 알파벳, 테슬라 등 주요 테크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이 견조할 것으로 예상돼 반등 모멘텀이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이번 바이든 사태 등 미 대선 불확실성의 시장 영향은 단기적인 현상에 그칠 것으로 봤다. 오히려 금리 변동과 산업 양상 등을 더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FICC리서치부장도 "그동안의 트럼프 트레이드라는 일방적인 흐름을 뒤집을수 있는 전환점이 마련된 것은 맞지만 대선 이벤트나 이슈가 시장의 추세를 결정한 적은 없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달러 강세를 예상한 것과 달리 이후 달러 약세를 보였고, 결국 이후 시장을 이끈 것도 수혜주로 꼽히지 않았던 IT 종목이었다"고 말했다.

김남석·주형연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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