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영웅·큰별·천재"…김민기 추모 행렬 계속(종합 2보)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빈소…장현성·유홍준 등 조문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포크계의 대부로 통하는 김민기(73) 학전 대표가 위암 투병 끝에 21일 별세한 가운데 고인에 대한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김민기와 생전 친분을 나눈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는 22일 뉴시스에 "역경과 성장의 혼돈 시대, 대한민국에게 음악을 통해 청년정신을 심어줬던 김민기 선배에게 마음 깊이 존경을 표하며 명복을 빈다"고 애도했다.
이수만은 서울대 선배인 김 대표를 평소 형님이라 부르며 존경하는 인물로 꼽아왔다. 현역 가수 출신인 이수만의 시작은 포크였다. 1971년 포크 듀오 '4월과5월'의 음반 녹음 직후 건강 문제로 팀에서 빠졌다. 이듬해 해당 앨범이 나왔고, 이수만은 목소리로 먼저 데뷔했다.
1972년 나온 양희은 '고운노래모음' 2집에 코러스로 목소리를 보태기도 했다. 양희은은 김민기와 인연이 큰 가수다. 김민기가 만든 '아침이슬' '상록수'를 양희은이 불렀다. 그렇게 이수만도 이들과 친분을 맺었다. 이수만이 프로듀싱한 가수 보아의 5집(2005)에 김민기의 곡 '가을편지'를 리메이크해 실은 건 돈독한 인연 덕분이었던 셈이다. 이수만은 폐관한 대학로 소극장 학전 마무리 작업을 위해 1억원이 넘는 금액을 쾌척하기도 했다.
지난 3월15일 폐관한 학전의 일종의 장례식이었던 '학전, 어게인 콘서트'를 진두지휘한 박학기는 뉴시스에 "아름다운 멜로디 하나 가사 한줄이 총칼보다 더 강하고 힘이 있다는 걸 보여준 음악의 역사"라고 했다.
평소 김민기의 뜻을 외부에 전달하는 역할도 맡았던 박학기는 "워낙 형식적인 걸 싫어하시는 분이라 장례는 유가족과 논의해 조용하게 치를 거 같다"고 했다.
고인과 평소 절친했던 김창남 성공회대 교수(한국대중음악상 전 선정위원장)도 뉴시스에 "제겐 인생의 스승이자, 친구다. 대학 1학년 때 제 삶의 기본 방향을 정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김민기를 스승으로 모셔온 보컬그룹 '노찾사' 출신 권진원은 뉴시스와 전화통화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부고 소식 문자를 보고도 믿겨지지가 않아 꿈인가 몇 번을 확인해봤다"면서 "지난 5월 스승의 날에도 안부인사를 드리고 답도 받았는데, 이렇게 빨리 떠나실 지 몰랐다"고 했다.
고인과 절친했던 가수 조영남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천재가 죽었다. 결이 굉장히 고운 친구였다. 학전을 어렵게 꾸려나가는 상황에서도 배우들에게 (유리한) 계약서를 쓰게 했고 곧아서 누구 도움 못 받는 친구였다"고 기억했다. "워낙 같이 시간을 많이 보냈는데 생전에 '너 천재다'라고 말해주지 못한 것이 아쉽다. 곧 쇼펜하우어 책을 내는데 거기에 김민기가 천재라는 이야기를 밝혔다"고 덧붙였다.
고인의 음악에 존경을 표해온 임희윤 대중음악 평론가(한대음 선정위원)는 "대한민국 싱어송라이터의 정전(正傳). 노랫말과 선율, 음성은 물론이고 메시지와 향후 행보까지 총합해 삶 자체를 커다란 흐름의 음악으로 만들어낸, 강물과 같았던 예인"이라고 기억했다.
국립극장장을 지낸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열린 서울시발레단 창단 공연 '한여름 밤의 꿈' 제작발표회에서 "오늘 예술계에 큰 별(김민기)이 지셨다. 저도 한 시대를 그분과 여러 가지, 같이 일도 해왔는데 소식을 들어 착잡하긴 마찬가지고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추모했다.
소셜 미디어에도 고인을 기리는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학전, 어게인 콘서트'에 함께 한 가수 알리는 "노란 머리 시절, 공연을 마치고 뒤풀이 장소에서 선배님 맞은편에 앉아 수줍게 술 한 잔 받은 날이 처음 선배님과의 만남이었다"며 고인과 첫 만남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선배님 예술 인생의 발자취를 알게 되고 느끼고, 노래로 조금이나마 체감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이제 주님 곁에서 평안과 안식을 마음 편히 누리시길"이라고 추모했다.
싱어송라이터 이적도 "형님. 하늘나라에서 맥주 한잔하시며 평안하시리라 믿습니다. 나의 영웅이여. 감사했습니다. 사랑합니다"라고 썼다.
듀오 '더클래식' 김광진도 "존경하는 김민기 선배님이 하늘나라로 가셨다. 대학 시절 저희의 많은 부분을 이끌어 주신 음악들 감사드린다. 많은 것을 배우고 싶은 분이었다. 음악도 삶도, 저희한테 주셨던 따듯한 격려도 기억한다"고 애도했다.
이날 오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빈소가 마련되자마자 조문객들이 줄을 늘어섰다. '학전 독수리 5형제' 중 한명인 배우 장현성을 비롯 박원상, 가수 이은미·장기하, 유홍준 명지대학교 석좌교수 등이 조문을 왔다.
유족은 조의금, 조화 등을 정중히 사양했다. 김민기 조카이기도 한 김성민 학전 총무팀장은 이날 학림 다방에서 마련된 간담회에서 "학전이 폐관하면서 많은 분들이 알게 모르게 저희 선생님 응원하시느라고 십시일반 도와주셨다. 충분히 가시는 노잣돈 마련하지 않으셨을까 생각한다. 선생님이 늘 얘기하시던 따뜻한 밥 한 끼 나눠먹고 차를 마시면서 선생님을 떠올리지 않을까 한다"고 전했다.
김민기는 '아침이슬'(1970)을 시작으로 여러 곡을 발표하며 한국 포크의 시발점으로 통한다. 노랫말과 멜로디를 같이 만들고 노래도 동시에 부르는 국내 싱어송라이터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1991년 대학로에 학전 소극장을 개관해 뮤지컬 '지하철 1호선' 등 새로운 소극장 문화를 만들며 지난 33년간 한국 대중문화사에 크고 작은 궤적을 만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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