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바이든 전격 후보 사퇴, 선거 105일 앞 변곡점 맞는 미 대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에 민주당 후보로 나서지 않겠다고 21일 선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시민들에게 내놓은 입장문에서 “재선을 추구하려고 했지만, 후보직을 내려놓고 남은 대통령 임기를 충실히 하는 것이 당과 국가를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원들을 향해서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새 후보가 되기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당내 경선에서 후보로 지명된 후 재선을 포기한 첫 현직 대통령이 됐다.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대세론이 강해지고 있는 미 대선 판도에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은 지난달 말 TV토론회 후 확산된 ‘81세 고령 리스크’를 수용했음을 의미한다. 당초 그는 몇차례 완주 의사를 밝혔지만 당내 중도파 의원들이 하나둘 돌아서며 차츰 고립된 처지가 됐다. 트럼프 당선을 저지하기 위해 결단이 필요하다는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등 민주당 주류의 설득에 결국 마음을 접은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이번 대선은 큰 이변이 없는 한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결 구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해리스 부통령이 내달 19~22일 민주당 전당대회를 거쳐 후보로 지명되면 최초의 흑인 여성 대통령 후보가 된다. 유권자들의 현직 심판 심리와 ‘트럼프는 절대 안 된다’는 정서가 맞서는 가운데 중도층과 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미시간 등 경합주 표심이 승부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2020년 트럼프 재선을 저지하고 집권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년 반 동안 국내 정책에서 일부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받는다. 취업자 수 등 경제 지표를 개선했으며, 의료보험 혜택 확대, 총기 규제 도입, 기후변화 대응 강화 등도 그의 성취로 꼽을 수 있다. 다만 높은 물가상승률로 인해 경제 상황에 대한 미국인들의 체감 만족도가 높지 않은 것이 변수이다.
밖에서 볼 때 바이든 재임기는 한계가 더 뚜렷하다. 혼란스러운 아프가니스탄 철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의 국제적 리더십 약화가 심화됐다. 미국이 중국과의 경쟁 등 ‘진영 외교’를 강화하는 과정에 동맹국들을 희생해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트럼프 정권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북한의 핵무기 능력 증대를 방치하는 등 한반도 문제에 관심을 보이지 않은 것도 실망스러웠다. 윤석열 정부는 그런 바이든 정부의 대외 전략에 완전히 일체화하고, 대미 의존을 심화함으로써 외교의 자율성을 크게 제약했다. 향후 미 대선 과정을 보면서, 국익을 극대화하는 실용 외교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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