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 칼럼] 대법원 동성혼 간접 인정의 문제점

2024. 7. 22.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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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 커플에 대한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는 법원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었다.

그동안 동성혼을 합법화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고 찬반이 날카롭게 대립하는 가운데 국회에서 관련 입법을 계속 미루고 있었는데, 이제 대법원이 사실상 동성혼 합법화의 물꼬를 튼 셈이다.

물론 동성 커플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인정이 동성혼의 합법화와 동일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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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동성 커플에 대한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는 법원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었다. 그동안 동성혼을 합법화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고 찬반이 날카롭게 대립하는 가운데 국회에서 관련 입법을 계속 미루고 있었는데, 이제 대법원이 사실상 동성혼 합법화의 물꼬를 튼 셈이다.

물론 동성 커플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인정이 동성혼의 합법화와 동일한 것은 아니다. 여전히 동성 간의 결혼이 법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것은 아니며, 이번 판결은 단지 동성 커플에 대해 사실혼 관계에 준하는 보호의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의미와 파장은 결코 작지 않으며, 향후 동성혼 합법화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러한 대법원 판결에 대해 우려가 큰 것은, 동성혼에 대한 찬반 문제를 떠나 이런 문제에 법원이 앞장서는 것이 맞느냐는 점 때문이다.

과거 호주제의 폐지나 동성동본 금혼의 폐지에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단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며, 그에 대한 평가도 매우 높다. 과거의 폐습을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답습하는 것이 옳지 않음에도 국회가 눈치를 보느라고 법 개정을 계속 미루던 상황에서 헌법재판소가 용기 있게 나섰던 것은 충분히 평가될 만하다.

그러나 기존 제도가 잘못되었음을 확인하는 것과,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전자는 사법의 당연한 역할이라고 할 수 있지만, 후자는 헌법에서 새로운 제도의 도입을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않은 한, 국민적 공감대를 전제로 입법이 담당할 역할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동성혼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를 이미 확고한데 국회가 입법을 부당하게 미루고 있는 것인가? 동성애 문제에 대해서는 묵인한다는 정도의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이지만, 그것도 매우 제한적이다. 타인의 동성애는 묵인하지만, 내 자녀의 동성애는 반대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하물며 동성혼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는 보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보수적이어야 할 사법부가 오히려 입법부보다도 진보적인 태도를 취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정말로 사법부 코드인사를 통해 매우 진보적인 대법관이 다수가 된 것인가? 아니면 대법원에서 국회와 누가 더 진보적인지 경쟁을 하려는 것인가?

대법원 판결의 소수의견에서 지적하듯이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인정하는 '배우자'는 혼인을 전제로 하며, 현행법상 혼인은 동성 간에는 인정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 다수의견이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 집단에 대해서는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면서 동성 동반자 집단에 대해서는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두 집단을 달리 취급하는 것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을 차별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은 어떤 의미인가?

이러한 대법원의 판단은 결국 동성혼을 혼인으로 인정한다는 전제 하에서만 가능한 것이며, 따라서 판례를 통해 현행법 체계를 무시한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차라리 법리적으로 판단하여 동성 커플에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국민건강보험법이 위헌이라고 생각한다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어야 한다.

이렇게 법률의 명문 규정에 반하여 배우자의 의미를 바꾸고, 이를 통해 동성혼을 사실상 간접적으로 인정하는 판결은 헌법재판소와 국회의 권한을 동시에 침해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 헌법적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판결의 결과 "그동안 피부양자로 인정될 수 없었던 동성 간 결합 관계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자유, 법 앞에 평등할 권리 등 헌법상 기본권을 보다 충실하게 보장할 수 있게 되었다"고 높이 평가해야 하는가?

대법원 판결에서 사법의 본질과 한계를 경시하는 듯한 인상을 받는 법률가들이 적지 않다. 헌법재판소와 해묵은 갈등이 있더라도,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야 할 경우가 적지 않다. 국회의 입법이 부실하고 문제가 많아 보일 때에는 더욱 그러하다. 대법원이 스스로 헌법재판소의 역할, 국회의 역할까지 모두 수행하려는 것은 과욕일 뿐만 아니라 위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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