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1650억, 증여 9200억도 ‘공유재산’?···"합의·기여도 고려땐 家産"[biz-focus]
崔측 "1998년 '8·28합의' 후 상속
1650억 '위임' 명시●명백한 가산
20년뒤 '11·21합의' 9200억 증여
경영권 주장 않는데 동의한 보상"
법조계 "'盧 300억' 기여도 따지고
5배 상속액은 산정 안해 모순" 지적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이 1998년 8·28 합의 후 상속받은 1650억 원과 최 회장이 20년 뒤 11·21 합의 후 친인척 18명에게 증여한 9200억 원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재산 분할 향방을 가를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 회장 측은 상속재산과 증여재산 모두 합의에 기반한 가산(家産·가족의 재산)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앞서 항소심 재판부는 부부공유재산으로 규정, 1조 3000억 원이 넘는 재산 분할의 근거가 됐다.
◇2개의 사촌 간 합의서···상속·증여로 이어져=22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1998년 최종현 선대회장이 숨을 거두자 최 회장을 비롯해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최재원 수석부회장 등 그룹 경영에 참여 중이던 사촌 형제 5명은 최 회장을 SK그룹 및 패밀리 대표로 추대하는 8·28 합의서를 작성했다. 합의서에 따라 최 회장은 SK상사(현 SK네트워크), SK건설(현 SK에코플랜트) 등 상장 및 비상장 계열사 11곳의 주식 1293억 원과 예금·현금·미술품·부동산 350억 원 등 약 1650억 원을 상속받았다. 당시 IMF 외환위기로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대폭락 시기였던 점과 재계 5위 기업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실제 가치는 최소 2000억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합의서에서는 상속된 재산의 의미를 ‘소유’가 아닌 그룹의 경영에 대한 대표권을 ‘위임’하는 것으로 명시했다. 이 위임은 이후 재산을 친인척에게 증여하는 근거가 된다. 최 회장은 실제 2018년 11·21 합의를 통해 최 의장 등 친인척 18명에게 SK㈜ 지분 329만 주(9228억 원)를 증여했다. 최 회장 측은 “20년 전 SK그룹의 승계 과정에서 상속액을 몰아주는 등 협조를 받은 데 대한 보상과 정산의 성격”이라고 평가했다.
◇가산(家産)인가 공유재산인가=최 회장 측은 상속받은 1650억 원은 물론 증여한 9228억 원은 모두 가산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가족 간의 합의를 통해 상속을 받았고 그룹 위기 때 경영권 방어는 물론 성장의 토대가 됐다는 설명이다. 실제 SKC의 지분 420만 주(상속 당시 238억 원) 등 상속 재산은 2003년 소버린 사태 당시 SK의 의결권을 확보하기 위해 처분됐다. 그룹이 정상화된 후에는 합의를 거쳐 다시 친인척에게 증여했고 관련한 세금도 모두 납부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 돈이 SK그룹 성장에 기여한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최 회장을 상속계승형이 아닌 자수성가형 사업가라 규정하고 주요 재산을 부부가 함께 만든 공유재산으로 판단했다. 친인척에게 증여한 돈도 “법적 의무가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재산 분할을 명령했다.
조수영 법무법인 에스 변호사는 “재판부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 원에 대해서는 SK 성장에 미친 기여를 상세히 따진 반면 그보다 5배 큰 상속액 1650억 원에 대해서는 기여도 산정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조계 관계자는 “1650억 원에 대해서는 기여도 산정도 하지 않았는데 그로 인해 파생된 9228억 원은 재산 분할 대상에 포함한 것은 재판부의 모순”이라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가족 간의 상속 합의와 상속액의 회사 기여도를 판단하면 가산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더 커지는 노태우 비자금 논란=여기에 더해 국세청장 인사청문회를 계기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 원도 다시 이슈가 되고 있다. 강민수 국세청장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에 대해 법령과 시효를 검토해 보고 과세해야 될 건이면 당연히 (과세)하겠다”고 재차 밝혔다. SK 측은 “SK에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전달됐다는 것은 지금껏 단 한번도 입증된 바 없는 추측에 불과하다”고 항변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SK그룹 자산 형성에 기여했다고 인정한 상태다.
상고심에서까지 비자금의 존재가 인정될 경우 재산 분할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국세청장의 발언에 주목하는 것은 국세청이 비자금 실체 규명에 직접 나설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결과에 따라서는 희비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유민환 기자 yoogiza@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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