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족한 의사의 삶 대신 오지서 인술 30년

김지희 기자(kim.jeehee@mk.co.kr) 2024. 7. 22.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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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간다 백발의사' 유덕종 교수 JW성천賞 수상
30년전 전문의 취득하자마자
코이카 파견 의사로 우간다行
의료 불모지 아프리카 곳곳서
무료진료·의료인 양성 앞장
"고통받는 이웃 돌보는 마음
항상 부족함을 느끼고 있어"
JW성천상 수상자인 유덕종 에티오피아 세인트폴병원 밀레니엄 의과대학 교수. JW중외제약

어린 시절의 꿈은 슈바이처였다. 막상 의사가 되면 대부분 '슈바이처의 꿈'을 슬며시 내려놓지만 그는 계속 그 꿈을 붙들었다. 전문의가 된 후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 1기 정부 파견 의사로 우간다에 첫발을 내디디면서 오랜 꿈이 현실이 됐다. 에스와티니(옛 스와질란드), 에티오피아 등 곳곳의 의료 불모지를 돌며 환자들을 돌보고 의사가 되고자 하는 현지 아이들의 꿈을 도왔다. 그렇게 아프리카에서 아픈 사람들의 곁을 지킨 지 어느덧 30년이 흘렀다.

JW중외제약의 공익재단인 JW이종호재단은 2024년 JW성천상 수상자로 유덕종 에티오피아 세인트폴병원 밀레니엄 의과대학 교수(64)를 선정했다고 22일 발표했다. JW성천상은 고(故) 이종호 명예회장이 JW중외제약 창업자인 성천 이기석 선생을 기리기 위해 2012년 제정해 올해로 12회를 맞았다.

JW이종호재단은 열악한 환경에 놓인 아프리카 지역에서 인술로 생명존중 정신을 실천한 공로를 인정해 유 교수를 JW성천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이성낙 JW성천상위원회 위원장(가천의대 명예총장)은 "유 교수는 아프리카 지역의 열악한 의료환경에서도 환자들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며 "다양한 지역에서 현지 의료 시스템 개선과 의료인 양성을 이어가고 있어 생명존중 정신을 계승하는 JW성천상 제정의 취지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1984년 경북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유 교수는 경북대병원 내과에서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1988년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1992년 우간다 마케레레대학교 부속병원인 물라고병원에서 첫 근무를 시작한 그는 열악한 의료환경 속에서 여러 어려움에 직면했다.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으로 인한 합병증 환자 치료에 집중했지만 항생제, 수액과 같은 의약품부터 혈압계나 체온계 등 기본 진단 장비까지 턱없이 부족했다. 낙후된 병원 시스템 탓에 충분히 치료할 수 있는 환자가 사망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유 교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기도 했다.

유 교수는 열악한 의료환경 속에서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방안을 고민했다. 무엇보다 체계적인 의료 시스템을 갖춘 병원 설립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오랜 노력 끝에 그는 2002년 우간다 수도 캄팔라에 베데스다 클리닉을 열었다. 이후에는 난민촌과 빅토리아 호수 내 섬 지역 등을 찾아 무료 진료를 했다.

2005년 물라고병원에 호흡기내과를 만들어 환자를 진료하는 동시에 의료진 양성에도 앞장섰다. 우간다에서 지내는 23년 동안 의대생과 전공의들을 교육해 의사 2000여 명과 내과 의사 100여 명을 배출했다. 그는 제자들에게 늘 '책임감을 가진 의사가 최고의 의사'라는 점을 강조했다. 환자를 가족처럼 여기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게 그의 철학이었다. 그의 제자들은 이후 우간다 의학계 전반에서 활동하며 보건부 장차관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이후 유 교수는 우간다를 떠나 아프리카 여러 지역에서 꿈을 펼쳤다. 2015년 에스와티니 기독대학에서 10개월간 의대 설립 학장으로 활동하며 의대 교육과정을 구성하는 데 일조했다. 2016년부터는 에티오피아 짐마에 위치한 짐마대학병원에서 8년간 근무하며 환자 치료와 의료환경 개선 활동에 집중했다. 호흡기내과를 신설하고 병동에 기관지 내시경 진료를 도입해 환자들이 350㎞ 떨어진 수도 아디스아바바로 이동하지 않고도 내시경 검사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유 교수는 에티오피아, 케냐, 우간다에서 무료로 환자를 진료하고 의학 기기를 기증하는 '코리아 에이드(Korea Aid)'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에티오피아 지역 담당 의료진으로서 짐마대학 및 보건부 관계자들과 현지 주민을 진료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그가 진료한 주민만 8000명이 넘는다.

올해 3월에는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있는 세인트폴병원 밀레니엄 의과대학으로 자리를 옮겼다. 호흡기 병동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동시에 의료인 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유 교수는 "고통받는 이웃을 돌보고자 하는 마음은 있지만 항상 부족함을 느끼고 있다"며 "JW성천상을 제정한 JW이종호재단과 JW성천상위원회,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활동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해준 코이카에 감사하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김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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