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포럼] 세대간 공정 없으면 국민연금 존속 못한다

김인수 기자(ecokis@mk.co.kr) 2024. 7. 2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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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보험료 일괄 인상은
50대보다 20대에 더 부담"
정책학회 연금세미나 지적
청년세대 이해·동의 위해
공정성 확보 방안 찾아야

국민연금 재정 안정을 위해 연금 보험료율을 9%에서 15%로 올리자는 필자의 글에 달린 댓글을 보고는 양심에 찔렸다. "이 기자도 4050이다. 자기 돈 달라고 이러는 거다." 이 댓글의 지적대로 필자는 50대다. 만 59세까지만 보험료를 낸다. 보험료를 15%로 올린다고 해도, 올린 보험료를 적용받는 기간이 길지 않다. 반면 2030세대는 향후 수십 년간 오른 보험료를 내야 한다. 보험료 인상으로 국민연금 기금 고갈이 미뤄진다면 2030세대가 낸 보험료 공이 크다. 그 덕에 필자는 안정적으로 평생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러니 그 댓글이 어찌 틀렸다 할 수 있겠는가.

지난 6월 한국정책학회가 매일경제와 함께 개최한 '국민연금 개혁 과제와 쟁점' 세미나에서 제시된 국민연금 수익비(보험료로 낸 돈 대비 연금으로 받는 돈의 비율)를 보더라도 같은 결론이 나온다. 보험료율을 15%로 올리면, 1970년생은 수익비가 2.87에서 2.7로 소폭 줄어들지만, 2020년생은 1.9에서 1.3으로 크게 하락한다. 보험료율 인상의 부담을 젊은 세대가 더 크게 지는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유희원 국민연금연구원 연금제도연구실장은 "재정 안정화 개혁은 미래세대의 이해와 동의에 기반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동의를 구하려면 근거가 있어야 한다. 유 실장은 "(청년세대의) 사적 부양 부담이 줄어든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국민연금 평균 수급액은 월 61만원 수준. 노후를 버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당연히 지금 4050세대는 개인 자금으로 부모를 부양해야 한다. 그럴 여력이 없으면 노인을 빈곤 속에 방치하게 된다. 그러나 앞으로는 다르다. 지금 4050세대는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길다. 상당한 금액의 연금이 약속돼 있다. 그 연금의 상당액은 청년세대가 낸 보험료로 충당될 테지만, 이들이 사적으로 부모를 봉양할 부담은 감소한다. 그러니 국민연금 제도가 청년에게 손해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지금 청년들에게 이런 주장이 통할까. 그날 세미나에서 필자는 고개를 갸웃했다. 심각한 저출생 때문이다. 대를 이어 아이를 1명만 낳는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미래에 태어날 아이 1명은 자신의 부모(2명)와 조부모(4명)까지 6명을 부양해야 한다. 이를 국민연금에 적용하면 결과는 분명하다. 청년 1명의 보험료로 6명의 노인을 부양해야 한다. 미래세대는 "불공정하다"고 절규할 것이다.

문득 마크 카니 전 영국 중앙은행 총재의 말이 기억난다. "시장 경제는 결과의 상대적 평등, 기회의 일반적인 평등, 세대 간의 공정으로 구성된 기본적인 사회적 계약에 의존해왔다. 이 셋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빠뜨린 사회는 없다." 국민연금 역시 청년세대가 낸 보험료로 노후세대의 안녕을 돕는 일종의 사회계약이다. 그런데 지금 한국은 그 계약이 너무나 불공정해 보인다. 카니에 따르면 그 같은 불공정을 방치하고 존속한 사회는 없었다. 국민연금을 개혁하지 않는다면 한국 사회는 붕괴로 치달을 것이다.

그렇다면 기성세대는 청년세대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우선 보험료를 세대별로 차등해 올리는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다. 50대는 18%, 30대는 15% 식으로 말이다. 남찬섭 동아대 교수는 세미나에서 "미래세대의 부담 완화를 위해 국고(재정)를 투입하자"는 제안을 소개했는데, 기성세대가 보험료 대신 세금을 더 내서 연금 재원을 충당하는 것이라면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일이다. 어쨌든 미래세대의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나랏빚을 늘려 그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하면 곤란하다. 나랏빚은 미래세대가 갚을 돈이다. 결국 보험료든 세금이든 기성세대가 연금 재원 마련에 더 큰 몫을 부담해야 한다. 그게 세대 간 공정한 사회 계약이다.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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