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판매자가 왕인 중고거래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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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고 거래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전례 없는 성장을 보이고 있다.
시장 성장 배경에는 중고 거래 플랫폼의 발전이 뒷받침하고 있다.
세계 중고 시장 기술은 이처럼 발전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 중고 거래는 여전히 불편한 점이 있다.
최근 한국 중고 거래 시장에서 당근·번개장터·중고나라 등 전문 중고 거래 플랫폼이 유저 간 갈등 조율 역할을 맡고 있지만 절차상 스트레스는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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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고 거래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전례 없는 성장을 보이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계속되며 생활비 절감 경향이 강해지고, 환경 의식이 높아지면서 지속가능한 소비가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 발표에 따르면 국내 중고 거래 규모는 2008년 약 4조원에서 2021년 약 24조원 수준으로 급성장했고, 2025년에는 43조원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최대 패션 중고 플랫폼 스레드업은 전 세계 중고 의류 시장이 2028년까지 3500억달러(약 470조5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시장 성장 배경에는 중고 거래 플랫폼의 발전이 뒷받침하고 있다. 일본 최대 중고 거래 플랫폼 메루카리에서는 사용자가 중고 거래를 새 상품 구매만큼 편리하게 경험할 수 있다. 플랫폼에서 이뤄지는 모든 거래가 신용카드, 휴대폰 결제, 자동화기기(ATM) 결제 등 다양한 방법을 지원하는 자체 간편결제 시스템 '메루페이'를 통하기 때문이다. 세계 중고 시장 기술은 이처럼 발전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 중고 거래는 여전히 불편한 점이 있다.
국내 중고 거래 스트레스의 주된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중고 거래가 여전히 개인 간 계좌 이체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방식은 거래 안전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구매자가 선입금을 해야 해 불안감을 느끼게 한다. 둘째, 판매자와 구매자 간 정보 불균형 문제다. 판매자는 상품 상태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는 반면 구매자는 게시글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구매 결정이 어려워진다.
'손님이 왕'이라는 오래된 표현처럼 거래라는 행위 자체는 대체로 구매자에게 다양한 편의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하지만 중고 거래는 이와 반대로 판매자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시장이다. 정보량에서 이미 '판매자가 왕'인 시장임에도 대부분의 중고 거래는 게시글을 확인한 구매자가 판매자에게 먼저 입금하고, 판매자가 입금을 확인한 후 물품을 발송해 주는 형태로 이뤄진다. 이러한 '선입금 후발송' 방식으로 구매자는 판매자가 돈을 받고 물건을 보내지 않을 것에 대한 우려를 항상 안고 있다. 심지어 입금 후에도 배송 과정에서 문제나 상품 결함이 발생할 수 있어 구매자가 받는 스트레스는 지속된다. 이 경우 환불 과정도 어려워 구매자의 불만을 초래한다.
최근 한국 중고 거래 시장에서 당근·번개장터·중고나라 등 전문 중고 거래 플랫폼이 유저 간 갈등 조율 역할을 맡고 있지만 절차상 스트레스는 여전하다. 특히 구매자 측에서 직접 수수료를 내고 안전결제를 택하는 모습도 최근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중고 거래의 정보 불균형으로부터 적극적으로 스스로를 보호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근본적 해결책이 없다면 이러한 자율적인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중고 거래의 급성장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중고 거래가 앞으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 또한 자명하다. 다만 현재 직면한 불편함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성장세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특히 개인 간 거래로 발생하는 정보 불균형과 신뢰성 문제는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중고 거래를 주저하게 만드는 장애물이 사라지고 신뢰가 구축된다면 중고 거래 시장은 더욱 건강하게 그 규모가 성장할 것이다.
[김기현 고려대 경영대학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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