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김치프리미엄’ 꺾였다… 호재에도 냉담한 韓 가상자산시장
22일 기준 김치프리미엄 0.4% 수준
국내 투자자들 규제·불확실성으로 관망
비트코인이 크게 오르던 지난 3월 10%를 넘어섰던 ‘김치프리미엄’이 거의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김치프리미엄은 해외에 비해 국내에서 비트코인이 얼마나 더 비싸게 거래되는 지를 나타내는 수치다. 최근 가상자산 시장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과 이더리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등 여러 호재로 반등했지만, 국내에서는 악화된 투자 심리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오후 3시 기준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인 바이낸스에서 비트코인의 가격은 6만7454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기준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을 반영하면 원화로 환산한 가격은 9364만원이다. 같은 시각 국내 거래 플랫폼인 업비트에서는 비트코인이 9403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현재 형성된 김치프리미엄은 0.4% 수준에 그친 것이다.
김치프리미엄은 국내 가상자산 투자 열기를 보여주는 지표로 쓰인다. 지난 2017년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국내에서 비트코인 투자 수요가 늘어 원화 거래 가격이 달러화 가격을 크게 웃돌자 김치프리미엄이란 신조어가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전 세계적으로 가상자산 시장이 달아올랐던 2021년 김치프리미엄은 10%를 넘어서기도 했다.
올해 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한 후 가상자산 시장이 반등하면서 김치프리미엄도 다시 상승세를 보였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지난 3월 16일 김치프리미엄은 2021년 5월 이후 약 2년 10개월 만에 다시 10%를 돌파했다. 당시 국내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1억240만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4월 이후 가상자산 시장의 투자 열기가 사그라지면서 김치프리미엄도 하락하기 시작했다. 지난 4월 19일 비트코인 반감기(채굴 보상이 평소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드는 것)를 지난 후에도 가상자산 시장은 약세를 보였고, 6월 들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늦출 수 있다는 뜻을 밝히면서 국내 비트코인 가격은 8000만원 초반까지 떨어졌다.
다만, 최근 들어 비트코인 가격은 눈에 띄게 반등했다. 오는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 공화당 후보로 출마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총격을 받은 후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비트코인 투자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운동 기간 내내 가상자산에 친화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있어, 그가 당선될 경우 미국 금융 당국이 적극적으로 규제 완화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비트코인에 이어 최근 이더리움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현물 ETF가 곧 승인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점도 가상자산 시장에 호재가 됐다.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SEC는 최소 3곳의 미국 자산운용사들이 출시를 신청한 이더리움 현물 ETF에 대해 오는 23일 예비 승인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여러 호재에도 김치프리미엄이 거의 사라진 것은 국내에서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꺾인 후 신규 투자 자금이 유입되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국 등 다른 국가와 달리 국내 금융 당국은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며 지금껏 승인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게다가 지난 19일부터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는 등 규제도 강화된 상황이다.
가상자산 통계 분석 플랫폼인 코인게코에 따르면 이날 업비트의 하루 거래량은 18억달러(약 2조500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올해 들어 하루 거래량이 가장 많았던 지난 3월 5일 154억달러(약 21조4000억원)과 비교해 10분의 1에 가까운 수준으로 급감한 수치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김치프리미엄은 주식 등 다른 자산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노리는 투자 자금이 계속 들어와야 높게 형성된다”면서 “미국 대선과 기준금리 인하 여부 등 불확실성이 많아 국내 투자자들이 상반기에 차익을 실현한 후 현재는 시장을 계속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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