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리스크' 바이든, 결국 사퇴… 석 달 반 남은 미국 대선 판세 격동

권경성 2024. 7. 22.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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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후보 전격 사퇴]
경선 잡고도 고령 약점 노출 뒤 백기
지지 잇따르며 부통령 해리스 대세론
흑인 여성 vs 백인 남성 구도 가능성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2년 11월 1일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 기지에서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 탑승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민주당 대선 후보직 사퇴를 전격 선언했다.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11월 미국 대선을 석 달 남짓 앞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직을 전격 사퇴했다. 고령 약점 노출 뒤 불거진 당내 자격 시비를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특히 암살 위기에서 천운으로 기사회생한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세도 감당하기 버거웠다. 각각 82세(바이든), 78세(트럼프)인 고령 전·현직 대통령 간 ‘리턴 매치’ 구도가 깨지면서 2024년 미 대선판이 격랑에 휩싸이게 됐다.


결정적 패착 된 조기 토론 승부수

바이든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엑스(X)에 올린 성명을 통해 후보 사퇴를 선언했다. “재선에 도전하고 싶었지만 (후보직에서) 물러나 남은 임기 동안 대통령으로서의 의무를 다하는 데에만 집중하는 게 당과 국가에 최선의 이익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백악관 참모들도 입장 공개 1분 전에야 통보받았을 정도로 사퇴 선언은 급작스러웠다.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진으로 델라웨어주(州) 자택에서 격리 중이었다.

미국 현대사에서 현직 대통령의 재선 도전 포기는 1952년 해리 트루먼, 1968년 린든 존슨에 이어 바이든 대통령이 세 번째다. 그러나 당내 대선 후보 경선에서 승리한 뒤 요식 절차인 후보 지명만 남겨 둔 현직 대통령의 사퇴는 한 번도 없었던 일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으로는 대선을 치르기 어렵다는 게 민주당 내 전반적 기류였다. 낙마 계기는 지난달 27일 첫 대선 후보 TV 토론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문장을 완성하거나 생각을 정리하는 데도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 당장 '고령 탓에 인지력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지난달 27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CNN방송 스튜디오에서 열린 대선 후보 첫 TV 토론에 조 바이든(오른쪽)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참여해 논쟁을 벌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재선 도전 포기를 선언했다. 애틀랜타=EPA 연합뉴스

통상 9월에 열리던 첫 TV 토론을 6월로 앞당긴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 우위의 지지율 구도에 어떻게든 균열을 내기 위한 바이든 캠프의 승부수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결정적인 패착이 됐다. 지지율 격차는 토론 뒤 되레 더 벌어졌다. 민주당 ‘큰손’들이 자금 기부를 거부하기 시작했다. 바이든 대통령 사퇴를 공개 요구하는 의원이 접전 지역구 중심으로 늘어 37명에 달했다.

설상가상 불운까지 포개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전당대회 직전(13일) 유세 중 피격으로 귀에 총상을 입고 안면에 피를 묻힌 채 지지자들에게 주먹을 흔들어 건재를 과시하는 쇼맨십을 발휘하며 승기를 가져갔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17일 코로나19에 걸리는 바람에 발이 묶이고 고령 관련 걱정을 다시 부추겼다.

민주당 내 위기감이 최고조로 치솟으며 당내 영향력이 큰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까지 하차를 종용하기에 이르렀다. 바이든 대통령이 백기를 든 것은 이런 배경에서였다.


60세 전 검사 vs 78세 중범죄자

민주당의 혼란은 불가피하다. 오하이오주 대선 후보 등록 시한이 다음 달 7일인데 그 전에 바이든 대통령을 당 대선 후보로 확정한다는 게 애초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구상이었다. 그러나 새 후보가 선출돼야 하는 상황이 됐고, 절차적 정당성 확보를 위해 작게라도 경선을 치러야 한다는 의견이 당내 일각에 존재한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일단 유력한 대안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다. 무엇보다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을 대신할 후보로 해리스 부통령을 지목하고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민주당 상·하원 의원과 주지사 등 선출직 과반 및 50개 주 당위원장 전부가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기로 했다. 차기 대선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거물급 주지사들도 해리스 대세론에 합류하는 분위기다.

정책 연속성이나 선거자금 승계 문제 등을 고려해도 해리스 부통령 카드가 가장 무난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오바마 전 대통령, 펠로시 전 의장 등 당내 핵심 인사의 지지 유보가 불안 요소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5월 1일 플로리다주 잭슨빌 행사에서 플로리다주의 극단적 임신중지(낙태) 금지법 시행이 부당하다는 요지의 연설을 하고 있다. 잭슨빌=AP 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의 우선 견제 대상도 해리스 부통령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바이든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 “바이든보다 이기기 쉽다”고 평가했다. 공화당 전국위는 “해리스는 백악관에 재앙일 뿐 아니라 바이든 건강 악화 은폐에 공조했다”고 비난했다.

'60세 흑인·아시아계 여성'인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후보로 확정되면 대결 구도가 완전히 달라진다. 해리스 부통령의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스무 살 가까이 적은 만큼 고령 이슈를 오히려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가톨릭 신자인 바이든 대통령보다 임신중지(낙태)권 찬반 전선을 더 선명하게 만들 수도 있다. ‘흑인 여성 대 백인 남성’은 물론 ‘검사 출신 대 중범죄자’도 가능한 구도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형사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첫 미국 대통령이다.

이를 통해 열세에 놓인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등 3개 경합주를 가져와 대선 승리에 필요한 선거인단 수 270명(전체 538명의 과반)을 확보한다는 게 민주당 계산 중 하나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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