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때 유망주였는데”…상장 2년만에 매물로 나온 새빗켐, K배터리 ‘보릿고개’

양연호 기자(yeonho8902@mk.co.kr) 2024. 7. 2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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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코스닥 유망기업 평가
최대주주 지분 매각 추진
매각가격 800억원대 추정
전기차 수요 부진 여파로
관련기업 줄줄이 적자행진
성일하이텍과 함께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중견기업 새빗켐이 경영권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지 불과 2년 만에 인수합병(M&A) 시장 매물로 나온 셈이다. 전방 산업인 전기차 산업의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여파로 중견·중소기업 배터리 생태계에 악화되는 분위기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와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새빗켐은 최근 창업주 박민규 대표의 아들이자 최대주주인 박용진 경영본부장의 지분 절반가량을 사모펀드(PEF)에 매각하는 방안을 타진하고 있다. 전환사채(CB) 신규 발행을 비롯해 2대주주 박 대표의 지분 전량에 대한 동반매각청구권(드래그얼롱)을 부여하는 구조가 유력하다. 회사 경영권이 PEF에 넘어갈 가능성도 열려있는 것이다.

IB 업계 고위 관계자는 “새빗켐이 설비투자 재원과 가업승계 관련 세금 납부 재원 마련을 위해 매각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다만 최근 주가가 많이 떨어져 현재 주가 수준에서 매각을 할 경우 대주주 증여세 납부액을 충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새빗켐뿐만이 아니다.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전기차 배터리 생태계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기차 캐즘이 길어지면서 영업 적자와 재무 구조 악화를 견디지 못해 회사 경영권을 내놓는 회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2차전지용 분리막 제조기업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는 최근 다수의 사모펀드와 접촉했으나 매각 관련 결론이 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한 대형 사모펀드가 후보로 거론됐지만, 결국 분리막의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과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판단에 따라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1641만대로, 전년 대비 16.6% 성장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연간 성장률이 2022년 56.9%, 지난해 33.5%에 비해 크게 꺾인다는 얘기다. 국내 전기차 시장 상황도 비슷하다. 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기차 판매량은 2만5550대로, 전년(3만4186)보다 25.3% 감소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배터리 생태계를 구성하는 핵심 소재 기업들도 불황의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 하고 있다.

작년 연간 영업이익이 대규모 적자로 돌아선 엘앤에프를 비롯해 국내 주요 양극재 기업은 올해 대규모 실적 부진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리튬을 비롯한 양극재 핵심광물 가격이 급락하며 판매단가가 하락한 데다, 전기차 수요 둔화로 양극재 출하량도 급감한 탓이다. 여기에 올 하반기에도 뚜렷한 업황 반등 신호가 나오기는 힘들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전기차 보급에 따라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됐던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도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폐배터리 재활용 국내 1위 기업인 성일하이텍은 올 1분기 13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작년 3분기 이후 적자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영업적자 규모가 83억원보다 4배 이상 늘어난 338억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이야말로 안정적인 배터리 생태계를 구축하고 국제 배터리 동맹을 확보하는 등 새로운 시장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한다. 김승태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정책지원실장은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한국 배터리 산업이 장기적으로 셀 제조 같은 다운스트림 분야뿐만 아니라 핵심광물 소재 같은 업스트림 분야까지 수직 계열화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준호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지금은 전기차 캐즘이라기보다는 고성장에서 중성장을 넘어 안정적 성장으로 가는 시점”이라며 “시장 속도에 맞게 기존 투자나 기술 개발 로드맵을 조정하고, 공급망 구축과 새로운 생태계 확보를 비롯한 질적 경쟁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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