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파트너' 시청률 수직상승, 믿고 보는 장나라여서 가능했다
[엔터미디어=정덕현] "저기요. 저한테 전화하지 마시고요. 제 변호사한테 전화하세요." 유명한 이혼전문변호사로 세상 사람들이 다 알아보는 차은경(장나라). 의뢰인이 배우자의 외도에 감정적으로 나와도 결코 흔들리지 않고 이성적으로 또 현실적으로 대응해 최대치의 이익을 얻어내는 걸 목표로 삼는 그 역시 막상 그 일이 자신의 일이 되자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꾹꾹 참으며 증거를 모아왔던 차은경은 결국 이혼소송 소장을 보냈고, 대뜸 남편이 전화로 적반하장의 말들을 쏟아내자 참고 참았던 눈물이 결국 터져나왔다.
SBS 금토드라마 <굿파트너>에서 이 짧은 장면은 이 이혼을 소재로 하는 법정드라마이자 일종의 복수극이 더해진 작품의 색다른 재미요소를 드러낸다. 그건 이혼소송에 있어서 그 누구보다 정통한 차은경인지라 차분한 대응을 하면서도, 동시에 그것이 자신의 일이라서 좀더 복수의 감정이 더해질 수밖에 없는 두 지점이 결합하며 만들어지는 색다른 재미다. 즉 <굿파트너>는 감정적으로 대응해서는 잃을 게 더 많은 이혼소송에서 복수라는 폭발적인 감정을 끌어내면서도, 동시에 이를 현실화시켜가는 치밀하고 차분한 대응까지 기대하게 만든다.
그런 이율배반적이지만 어쩌면 차은경 같은 인물은 해낼 수도 있을 것 같은 통쾌한 복수에 대한 기대감을 만든 건 바로 이 역할을 연기한 장나라의 지분이 상당하다. 그 전화 장면에서 장나라의 연기는 차은경이 가진 커리어우먼으로서의 차분함과 차가움을 드러내면서도 동시에 남편의 외도에 대한 배신감과 그것이 드러났음에도 보이는 뻔뻔함에 대한 분노를 꺼내놓는다. 분노의 감정을 끄집어내며 점점 발갛게 충혈되던 눈이 결국 전화를 끊고 나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이 인물이 해나갈 복수이자 이혼소송에 대한 기대감마저 갖게 된다.
물론 그 장면이 주는 효과는 앞서 몇 가지 소송을 치르는 과정을 통해 차은경이라는 인물이 쌓아놓은 캐릭터의 빌드업이 있어 가능해진 일이다. 배우자의 외도와 그것 때문에 소송을 치르는 의뢰인들이 감정을 토로할 때, 차은경이라는 인물은 그들의 일과 자신의 일을 완전히 분리시키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의뢰인들의 일은 한 마디로 '남일'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은 변호사로서 의뢰인에게 최대한 해줄 수 있는 일을 원하는 만큼 해주는 역할이라고 선을 긋는다.
이러한 차은경의 냉정함을 극대화해서 보여주는 건 그의 '굿파트너'로 들어온 신출내기 변호사 한유리(남지현)다. 어딘가 어리숙하고 정의감이 넘치는 이 인물은 차은경과 대조되는 모습으로 바로 그 차은경 캐릭터를 도드라지게 만든다. 차은경과 달리 한유리는 의뢰인들의 일들을 남일이 아닌 내 일처럼 여기는 경향을 드러내고 그래서 따라서 분노하고 때로는 의뢰인이 하는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이 잘못됐다는 식으로 자신의 평가를 내놓음으로써 변호사로서의 선을 넘기도 한다.
그래서 이들은 '굿파트너'가 된다. 차은경의 냉정과 한유리의 열정이 더해져 어떤 균형감을 만든다고나 할까. 이것은 또한 차은경이 자신의 이혼소송을 한유리에게 맡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왜 자신이냐고 묻는 한유리에게 차은경은 그가 자신과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하는데, 그건 바로 자신의 소송에 있어서는 늘 자신이 해왔던 냉정한 방식과는 다른 '복수'에 가까운 방식을 쓰고 싶은 욕망이 있어서다.
"복수? 우리는 변호사야. 복수는 개인적으로 하시라 하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는 외도를 저지른 사람도 재산분할에 대한 권리는 있다는 걸 분명히 설명해." 타인의 소송에 있어서는 이렇게 한유리에게 말하던 차은경은 이제 자신의 소송에 대해서는 정반대로 감정을 드러낸다. "그래 맞아. 복수야. 빈털터리로 몸만 나가게 할 거야. 무조건." 이런 지점에서 시청자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배우자의 불륜 같은 큰 상처 앞에서도 현실적인 고민과 선택을 해야 하는 게 이성적인 것이지만, 어디 그런 생각만큼 감정도 그럴까. 그 분노와 복수의 감정을 끄집어내고 차분하게 현실적으로 이뤄내는 판타지. 그것이 냉정한 차은경과 열정적인 한유리의 굿파트너십이 그려내려는 것이다.
현실적인 취재를 통해 사건 케이스별로 리얼리티를 살려낸 법정드라마지만, 법적인 승리만에 머무는 게 아니라 그 바깥으로 튀어나온 드라마틱한 판타지 또한 쥐고 나가는 균형감각이 <굿파트너>에서는 느껴진다. 그리고 그건 서로 다른 캐릭터를 가진 차은경과 한유리 역할을 연기하는 장나라와 남지현의 연기 앙상블에서 비롯되는 일이고, 이러한 폭넓은 세대를 끌어안는 연대의 서사는 폭넓은 시청자층을 소구하는데 유리하다. 실제로 7.8%(닐슨 코리아)로 시작한 시청률이 수직상승해 4회만에 13.7%까지 치솟은 건 우연이 아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러한 초반의 드라마가 가진 힘을 전면에서 만들어낸 장본인으로서 장나라의 연기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특유의 귀에 꽂히는 명확한 딕션으로 전해지는 냉정한 변호사로서의 모습은 그 어떤 빈틈도 느껴지지 않지만, 어느 순간 감정을 끄집어낼 때는 그 차가운 얼음조차 녹여내는 듯 뜨거운 눈물이 느껴지는 그 연기에서 시청자들의 공감대는 물론이고 향후 복수에 가까운 소송에 대한 기대감 또한 한껏 커졌기 때문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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