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예치금 이용료율 `2차 치킨게임`
증권사 CMA·은행 입출금통장 웃도는 이용료율…'점유율 확보' 고육지책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시행과 함께 원화 예치금에 지급하는 이자율을 두고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지난해 수수료 경쟁에 이은 '2차 치킨게임'이 시작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된 지난 19일 밤부터 20일 새벽까지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타사 원화 예치금 이용료율 수준을 의식하며 경쟁을 이어 나갔다.
1위 사업자 업비트는 당초 연 1.3% 수준의 이용료율을 제공한다고 밝혔다가, 2위 빗썸이 예치금 금리를 2.0%로 공지하자 2.1%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이후 빗썸 역시 업비트보다 0.1%p 높은 연 2.2% 수준의 예치금 금리를 제시하며 맞대응했다.
결국 '업계 최고 수준' 타이틀을 얻어낸 것은 4위 거래소 코빗이다. 업비트와 빗썸의 경쟁을 지켜보던 코빗은 예치금 금리를 기존 연 1.5% 수준에서 1.0%포인트(p) 올린 연 2.5%로 단숨에 상향했다.
거래소들의 이같은 경쟁은 법 시행 초기 마케팅 효과를 통해 고객 점유율을 확보하겠다는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3, 5위 사업자인 코인원(연 1.0%)과 고팍스(연 1.3%) 역시 부담이 커지는 분위기다. 실적을 고려하면 쉬운 결정이 아니지만 금리 경쟁에 발맞추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어서다.
일각에서는 앞서 가상자산거래소들의 수수료 경쟁에 이어 또 한 번의 출혈 경쟁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연 2.5%로 이용료율을 제시한 코빗의 경우 "사업적인 비용효익을 계산해 결정한 사항"이라고 설명했지만 결국 거래소 입장에선 수익을 포기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가령 올 1분기 기준 업비트 예치금 규모가 6조3223억원인 것을 감안해 단순 계산했을 때, 기존 1.3% 예치금 금리로 지급해야 하는 예치금 이용료가 822억원이었다면 상향 후(2.1%)에는 1328억원으로 500억원 증가한 셈이다.
가상자산거래소 업계의 한 관계자는 "거래소 입장에서는 회사가 취할 수 있는 수익을 취하지 않고 고객에게 제공하면서 단기적으로라도 투자자 유입을 유인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상대적으로 자금 여유가 있는 거래소는 정책을 이어갈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거래소의 경우) 경쟁이 길어질수록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치금 금리는 거래소에서 가상 자산으로 교환되지 않은 채 원화로 남아있는 고객의 돈을 위탁 운용해 내는 수익에 대한 대가로 증권사의 예탁금 이용료율과 같은 개념이다.
기존에는 '유사 수신행위'로 규정돼 불법이었던 거래소의 이용료 지급은 이용자보호법 시행과 함께 의무화됐다.
이들 가상자산 거래소 세 곳의 예치금 금리 모두 증권사 예탁금 이용료율은 물론 시중은행의 '파킹통장' 금리도 웃도는 수준이다.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내 자기자본 상위 10개 증권사가 위탁자 예수금에 제공하는 이용료율은 평균 1.079%로 집계됐다.
미래에셋증권이 2.0%로 가장 높았고 KB증권(1.09%), 키움·하나증권(1.05%), 대신·메리츠·삼성·신한투자·한국투자증권(1.0%), NH투자증권(0.6%) 순이었다.
은행연합회 공시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입출금자유예금 금리는 연 0.75~2% 수준(최고 금리 기준)이다.
한편 2위 사업자 빗썸은 지난해 4분기에도 가상자산 수수료를 전면 무료화하는 초강수를 두면서 시장의 이목을 끈 바 있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수익 구조는 전체 매출액의 90%의 이상이 수수료 매출에 의존하고 있지만 시장 점유율 확대에 베팅한 것이다.
그 결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점유율 80% 이상으로 독보적인 국내 1위를 차지했던 업비트의 점유율은 60%대까지 내려왔다. 코인게코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24시간 거래량 기준 업비트 점유율은 58.07%, 빗썸은 39.0%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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