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와이파이 재머' 악용한 절도 사건 기승...국내는?
(지디넷코리아=권봉석 기자)외부 방문자와 침입자를 감시하는 와이파이 기반 IP카메라를 먹통으로 만든 다음 집 안의 귀중품을 털어가는 절도 사건이 미국에서 기승이다.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발 직구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단돈 5만원짜리 기기로 외부 통신을 무력화하는 방식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경찰국(LAPD)은 최근 "부유층이 밀집한 윌셔 지역에서 와이파이 재머를 이용한 도난사건이 빈발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와이파이 기반 IP 카메라는 국내에도 다수 유통중이지만 아직까지 와이파이 재머를 이용한 피해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주요 제조사 관계자들은 "주택 보안을 와이파이 카메라에만 의존하면 안된다"고 조언했다.
■ 와이파이 재머로 IP 카메라 정상 작동 방해
실외 감시용 IP 카메라는 유선 인터넷 연결이 쉽지 않아 대부분 와이파이로 인터넷과 연결된다. 사용하는 주파수 대역은 5GHz보다 상대적으로 도달 거리가 길고 전력 소모가 적은 2.4GHz다.
문제는 와이파이 연결에 쓰이는 유무선공유기에 장애가 생기거나, 와이파이 신호가 끊기면 스마트폰 앱을 이용한 침입 감지 경보 기능도 작동할 수 없다. 일부 빈집털이범들은 여기에 착안해 방해전파를 쏘는 '와이파이 재머'를 악용했다.
와이파이 재머는 극도로 보안이 요구되는 현장에서 와이파이를 이용한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개발된 장비다. 이 장비를 켜면 2.4/5GHz 대역에 방해전파(노이즈)를 발생시켜 와이파이 접속이 아예 불가능해진다.
클라우드에만 영상을 남기는 일부 보급형 IP 카메라는 침입자 경보는 물론 침입자를 찾아낼 수 있는 영상 포착 기회도 놓치게 된다. 마이크로SD카드를 내장한 기기라면 영상은 남지만 제 때 경보를 받지 못해 피해를 키운다.
■ 미국서 올 초부터 와이파이 재머 악용 절도 기승
미국에서는 올 초부터 와이파이 재머를 악용한 절도 사건이 잇달아 일어나고 있다. 미네소타 주 에디나 지역에서 부유층이 모여 사는 지역을 시작으로 최근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의 윌셔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2020년부터 와이파이를 포함해 모든 주파수 대역에서 방해 전파를 쏘는 기기의 판매와 유통 등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알리익스프레스에서는 5만원 대에서 10만원 대에 이르는 와이파이 재머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절도 사건을 일으킨 범인들도 이런 중국산 장비를 이용했다.
LA 경찰국은 "윌셔 지역에서 와이파이 재머를 켠 다음 2층 발코니로 침입해 보석과 현금(미국 달러화), 귀중품을 훔쳐가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며 "이들은 망을 보고 도주를 도와 줄 운전사까지 고용했다"고 설명했다.
■ 제조사 관계자 "국내에서 비슷한 사건 일어나기 어렵다"
단 국내에서 와이파이 재머를 악용한 빈집털이 사건은 일어나기 어렵다. 빈집 털이 대상이 된 집의 IP 카메라는 무력화 해도 대로변 등에 CCTV가 촘촘히 설치돼 동선 추적이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다.
와이파이 내장 IP 카메라를 유통하는 글로벌 제조사 국내 법인 관계자는 "아직까지 국내 소비자가 미국과 유사한 피해를 입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주된 주거 형태인 아파트만 해도 입구, 엘리베이터 등에 CCTV가 촘촘히 설치돼 있고 단독주택이라 해도 대로변에 설치된 CCTV가 많아 동선 추적은 시간 문제"라고 설명했다.
국내 전파법도 무선기기에 혼신을 일으키는 기기를 수입·제작·판매하다 적발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그러나 라즈베리파이와 특정 기기를 조합하면 와이파이 재머를 직접 만드는 것도 이론상 충분히 가능하다.
또 다른 제조사 관계자는 "와이파이 기반 IP 카메라는 전파 방해 뿐만 아니라 인터넷 장애, 정전 등으로 정상 작동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여기에만 의존하면 안된다. 안전이 보장되는 은행 대여 금고 등을 활용하고 문단속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권봉석 기자(bskwon@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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