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위로 불똥 튄 ‘이종호 녹취록’ 파문···관세청 직원 마약 수사 외압 논란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녹취록’ 파문이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로 번졌다. 이 전 대표가 승진을 챙겨줬다고 암시한 한 경찰 고위간부가 마약 수사 보도자료에서 ‘관세청을 빼라’고 외압을 행사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관세청 등을 대상으로 한 국회 기재위 업무보고에서 관세청 직원 대상 마약 밀수 연루 혐의 관련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해 질의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당시 국제 마약조직의 마약 밀수를 도운 혐의로 인천세관 직원들을 수사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휘라인에 없던 서울경찰청 소속 조모 경무관이 영등포경찰서 수사팀에 연락해 “야당 좋을 일 할 이유가 없다”며 ‘보도자료에서 관세청을 빼라’고 외압을 행사했다. 조 경무관은 김 여사와 친분을 과시해온 이종호 전 대표가 녹취록에서 ‘내가 직접 승진을 챙겨줬다’는 취지로 언급한 인물이다. 고광효 관세청장과 조 경무관 등은 서울 영등포경찰서 소속 A 경정의 고발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현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를 받고 있다.
야당 의원들은 고 청장이 해가 지나도록 마약 밀수 연루 세관 직원 징계를 미루는 이유를 추궁했다. 윤호중 민주당 의원은 “범죄행위에 관련된 세관 직원들 중 한 명만 직위해제를 하고 나머지는 전혀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고 청장은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본 후에 인사조치할 예정”이라며 “마약 단속 직원의 사기 문제가 있기 때문에 혐의가 확실해진 후에 징계조치를 하더라도 늦지 않는다”고 답했다.
인천지역 세관장이 조 경무관에게 수사 무마 청탁을 한 정황도 드러났다. 고 청장은 ‘조 경무관에게 세관에서 누가 연락했냐’는 질의에 “인천지역 기관장 모임에서 공적으로 인천세관장이 그분께 부탁한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다만 고 청장은 “그것(관세청)을 빼라는 지시를 한 적은 없다”며 직접 수사 무마 청탁을 지시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고 청장은 지난해 10월 영등포경찰서의 마약 밀수 사건 수사 보도자료에서 관세청이 빠진 것을 발표 전에 알았다고 밝혔다. 고 청장은 ‘지난해 10월10일 영등포경찰서가 수사 결과를 발표한 이후에 알았냐’는 질의에 “그 전에 빠지는 것 같다는 정도로 (인천세관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다”고 답했다.
여당 의원들도 관세청의 부실 대응을 질타했다.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은 “세관 직원의 마약 밀수 연루 사건 수사에 외압 행사가 있었는가로 1년간 시간을 끄는 것은 국민이 보기에 (관세청이) 제대로 일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박대출 의원도 “경찰 수사 결과만 1년 넘게 지켜보고 팔짱 끼고 있을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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