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배 출격 경기 동원하위나이트 ‘다문화 가정 3인방’, 배경은 달라도 축구 사랑은 한마음[스경X현장]

박효재 기자 2024. 7. 22. 16:3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제57회 대통령금배 전국고교축구대회에 참가한 경기 동원하위나이트U18 소속 (왼쪽부터) 오서민(우루이민), 레이만(후다일리 술레이만), 권지강(췐 쯔강)이 20일 충북 제천 봉양건강축구캠프장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제가 먼저 말을 안 하면 다 몰라요. 그냥 한국인으로 알고 있는데, 그러다 (중국인이라고) 말하면 놀라긴 해요.”

스포츠는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다. 고교 축구 최강팀을 가리는 57회 대통령금배도 예외는 아니다. 다문화 가정이 증가하고 있는 한국 사회의 달라진 모습을 반영하듯 다양한 국적과 배경을 가진 선수들이 대회에 나섰다.

중국 국적으로 경기 수원공고 2학년에 재학 중인 췐쯔강은 경기 동원하위나이트 유니폼을 입고 금배에 합류했다. 지난 19일 인천 부평고 저학년팀과의 2024 금배 유스컵에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다.

췐쯔강의 부모님은 모두 중국 칭따오 출신으로 췐쯔강이 초등학교 1학년 때 돈을 벌러 한국으로 넘어왔다. 횟집을 운영하며 췐쯔강의 축구선수로서 성장을 뒷바라지하고 있다. 아직 한국 국적을 취득하진 않았다.

동원하위나이트에는 췐쯔강 말고도 중국인 회사원 부모를 둔 우루이민(수원 외국인학교), 사업을 하다 한국에 머물게 된 모로코 출신 아버지를 둔 후다일리 술레이만(부천 진영고)까지 다문화 가정 선수들만 3명으로 참가팀 중 가장 많다. 앞서 유스컵 부평고전에서는 췐쯔강이 우루이민으로 교체됐다. 외국 선수가 외국 선수로 교체된 셈이다. K리그에서도 보기 흔치 않은 장면이다.

다문화 가정 출신으로 서로 더 의지가 되지 않으냐는 말에는 모두 손사래를 쳤다. 부천 진영고에 다닌다는 3학년 술레이만은 한국에서 태어났고, 모로코에서 살기도 했지만 한국에서 산 세월이 훨씬 길다. 술레이만은 어렸을 적 이국적인 외모 때문에 놀림을 받은 적도 있지만, “어딜 가나 그런 사람은 있는 거 아니겠냐”며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겼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레이만으로 불리고 웃음을 주는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특히 췐쯔강은 권지강이라는 한국 이름을 쓰고 있고, 생김새도 한국인과 다를 바가 없어서인지 중국인인 걸 밝히면 친구들이 깜짝 놀란다며 웃었다.

7월 기준 한국에 체류 중인 외국인 수는 약 243만명이다. 전체 인구의 약 4.8%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를 반영하듯 금배 출전명단에는 외국 이름이 많이 눈에 띈다. 금배 참가 선수 중 외국 국적만 13명이다. 술레이만 등 다문화 가정 선수로 범위를 넓히면 훨씬 숫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적도 중국부터 필리핀, 아프리카 가나와 나이지리아, 유럽 스페인 등 다양하다. 특히 공단 등이 밀집해 외국인 노동자가 많은 경기도 지역팀들 명단에 외국 이름이 많이 보였다.

대부분 한국에서 학교에 다니고 축구를 배운 선수들이지만, 국적 선택을 두고는 끝까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한국 국적을 택하면 병역 의무때문에 프로 선수 경력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러시아 출신 부모를 뒀지만 최근 귀화해 14세 이하 대표팀에 발탁된 카디와 같은 사례는 흔치않다. 앞서 2020년 금배에서 이름을 알린 네팔 출신 당기 머니스가 고교 졸업 후 프로 입단을 타진했다가 좌절한 바 있다.

췐쯔강은 프로 축구 선수로 진로를 정했다. 한국이 독일을 잡은 2018 러시아 월드컵을 보고 축구 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품었다. 이탈리아의 젠나로 가투소, 칠레의 가리 메델 등 터프한 미드필더가 되고 싶다면서 “K3라도 좋으니 프로 데뷔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술레이만은 천식을 극복해내며 프로 선수의 꿈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에 정착할 것이냐는 물음에는 “아직은 잘 모르겠다. 한국에서 자리를 잡는다면 계속 살겠지만, 아버지께서는 노년을 모로코에서 보내고 싶어 하셔서 해외로 나갈 생각도 있다”고 밝혔다.

제천 |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