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오빠' 오르가니스트 이민준…피아노도 치는 '멀티플레이어'

이예슬 기자 2024. 7. 22.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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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이 오르간이라는 악기를 너무 무겁거나 생소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연주도 좀 더 쉽게 하고 협연도 대중화해서 오르간을 알리고 싶습니다."

오르가니스트 이민준이 오는 30일 롯데콘서트홀 시그니처 프로그램인 '오르간 오딧세이-블루랩소디'에 오르간 연주자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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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롯데콘서트홀 '오르간 오딧세이' 공연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롯데콘서트홀의 시그니처 프로그램 ‘오르간 오딧세이’ 무대에 서는 오르가니스트 이민준이 22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 오르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07.22.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예슬 기자 = "관객들이 오르간이라는 악기를 너무 무겁거나 생소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연주도 좀 더 쉽게 하고 협연도 대중화해서 오르간을 알리고 싶습니다."

오르가니스트 이민준이 오는 30일 롯데콘서트홀 시그니처 프로그램인 '오르간 오딧세이-블루랩소디'에 오르간 연주자로 나선다. 한국 국제 오르간 콩쿠르 우승 특전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피아니스트 김경민이 진행과 피아노 연주를 맡아 이민준과 무대를 꾸민다.

공연을 앞두고 22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만난 이민준은 "바흐의 곡을 워낙 좋아해 오르간을 시작하게 됐다"며 "마이너 악기라고 할 수 있는 만큼 사람들에게 더 알리고 개척해 나가는 게 제 임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파이프 오르간을 연주를 들을 수 있는 콘서트홀은 손에 꼽는다. 사실상 롯데콘서트홀과 부천아트센터 두 곳이 전부다. 종교음악에 주로 쓰이다보니 일반 관객은 오르간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

이민준은 "독일이나 프랑스 등은 '교회 음악가'라는 길이 있는데 한국에선 이런 기회가 별로 없다"며 "오르간 자체도 적어서 아쉬운 측면도 많다"고 털어놨다.

롯데콘서트홀이 보유한 오스트리아 리거사의 파이프 오르간은 4단 건반, 68개 스탑, 5000여 개의 파이프를 장착했다. 68개의 스탑은 각각의 소리를 가져 여러 소리를 조합, 다채로운 음색을 구현할 수 있다.

이민준은 "이번 공연은 정통 오르간 곡을 들려준다기보다는 오케스트라와 피아노의 협주와 비슷한 방식이예요. 오르간의 다양한 음색을 최대한 많이 사용해 오케스트라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고민했어요.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롯데콘서트홀의 시그니처 프로그램 ‘오르간 오딧세이’ 무대에 서는 오르가니스트 이민준이 22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 오르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07.22. pak7130@newsis.com

피아노를 전공한 그는 13세에 금호 영재 콘서트 독주회로 데뷔했다. 쇼팽 콩쿠르, 영창뮤직 콩쿠르, 스타인웨이 콩쿠르 등 국내외 콩쿠르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예원학교, 서울예고를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김대진, 오윤주, 박영주를 사사해 예술사(학부)를 졸업했다.

장래가 촉망되는 피아니스트가 오르가니스트로 명찰을 바꿔 단 이유는 뭘까.

"서울 목5동 성당에서 13년간 오르간 반주자로 활동했어요. 어머님이 신실하셔서 저도 새벽미사를 나갔죠. 그러다 한예종에 들어와 타전공 학생이 듣는 기악실기라는 수업에서 류아라 선생님께 오르간 레슨을 받았는데, 바흐의 오르간 음악에 빠져서 부전공까지 하게 됐죠."

피아노 스승인 김대진 한예종 총장은 제자가 오르간 연주에 본격 뛰어드는 것을 극구 반대했다고 한다. 피아노와 오르간은 얼핏 건반을 치는 악기라는 점에서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피아노는 타건한 뒤 손을 떼면 소리가 금새 사라지는 데 비해 파이프 오르간은 관을 통해 바람을 공급하는 악기다보니 건반을 잘 때리는 것보다 잘 떼는 게 중요하다고 할 정도로 두 악기를 다루는 데 있어 터치 방법이 다르다.

한예종에서 오르간을 부전공한 이민준은 2020년 독일 뤼벨 국립음대로 유학을 떠나 세계적인 오르가니스트 아르비드 가스트를 사사했다. 전공은 늦었지만 어린 시절부터 오르간에 대한 열정은 컸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오르가니스트 이민준이 22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주자 이민준은 오는 31일 롯데문화재단 롯데콘서트홀의 시그니처 프로그램 ‘오르간 오딧세이’ 무대에 오른다. 2024.07.22. pak7130@newsis.com

"유치원 시절부터 오르간을 한 번 쳐보고 싶어서 반주자 선생님 옆에서 구경을 하곤 했죠. 미사가 끝나면 보통 오르간을 잠궈 놓는데, 키를 찾아서 오르간을 쳤다가 수녀님이 지진이 난 줄 알고 놀라 올라오신 일도 있어요.

이민준은 오르가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지만 피아니스트의 길도 함께 걷고 있는 '멀티플레이어'다. 오르간 박사 과정을 마친 후 그는 뤼벡에서 다시 피아노 전공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어떤 악기든 본인이 좋아서 시작을 해야 하는 것 같아요. 점점 시대가 변해가고 음악에서도 트렌드가 바뀌어 가지만 음악을 대할 때 진실하게 임하고, 사람들이 제 음악으로 치유받을 수 있도록 나아가는 게 제 목표입니다."

이민준의 오르간 오딧세이는 30일 오후 11시30분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공감언론 뉴시스 ashley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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