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미 대선, ‘두 개의 전쟁’에 미칠 영향은···초조한 젤렌스키, 웃는 네타냐후?

선명수 기자 2024. 7. 22.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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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1년을 맞은 2023년 2월2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우크라이나를 깜짝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나고 있다. UPI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대선을 불과 3개월 남겨두고 후보직에서 사퇴하며 미 대선 구도가 요동치는 가운데 국제사회도 예측불허 대선 판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미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온 ‘두 개의 전쟁’ 당사국들에겐 누가 차기 미국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국제사회의 지원은 물론 전쟁의 향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감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첩첩산중 우크라…트럼프 당선 땐 ‘무기 지원 중단’에 ‘협상 압박’ 우려까지

러시아에 맞서 3년째 힘겹게 싸우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군사 지원에 자국의 생존이 달려 있다는 점에서 11월 미국 대선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 발표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바이든 대통령은 역사상 가장 극적인 순간 우리나라를 지원해줬고, 푸틴을 막는 걸 도우면서 이 끔찍한 전쟁 내내 우리를 계속 지원해 줬다”면서 “우크라이나와 유럽 전역의 현 상황은 (그때) 못지않게 어렵고, 우리는 미국의 지속적이고 강력한 리더십이 러시아의 침략을 막아내길 진심으로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런 발언은 공화당의 반발에도 꾸준히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온 바이든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하는 동시에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은 계속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지를 표명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비롯해 누가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더라도 바이든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정책을 계승할 것으로 보이지만, 우크라이나 입장에서 문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했을 때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최대 무기 지원국으로, ‘미국 우선주의’를 주장하며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해온 트럼프의 재집권은 우크라이나에 그 자체로 ‘악몽’이 될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통령 후보로 낙점된 J D 밴스 상원의원 역시 강경한 우크라이나 지원 반대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내년 1월 취임 전 러시아와 협상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것이라고 호언해 왔다. 그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진 않았으나, 무기 지원을 중단해 우크라이나를 협상장에 끌어내는 방안을 참모들에게 보고 받고 그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자국 영토 20% 가량을 점령한 상황에서 영토 포기를 전제로 한 협상에는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2022년 전면전 시작 이후 빼앗긴 영토 수복은 물론이고 2014년 러시아에 강제병합된 크름반도까지 되찾겠다는 기세로 전쟁에 임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입장에선 영토 포기를 전제로 한 협상은 최악의 시나리오자 사실상 ‘패전’을 의미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부당한 평화협상을 강요한다면 “루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최근 젤렌스키 대통령이 오는 11월로 예정된 제2차 평화회의에 러시아 대표단도 초청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등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준비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종전 방안을 논의하는 평화회의는 우크라이나의 제안으로 성사된 국제회의로, 지난달 열린 1차 회의에 러시아는 초청받지 못했다.

“네타냐후, ‘트럼프 재선’ 염두에 두고 11월까지 휴전 협상 지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AFP연합뉴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10개월째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 입장은 다르다.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전쟁을 끝내라는 압박을 받아온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의 정권 교체 및 바이든 대통령의 ‘레임덕’을 기대하는 눈치다. 네타냐후 총리가 11월 미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기대하며 휴전 협상에 시간을 끌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스라엘의 최대 우방인 미국은 이번 전쟁에서도 이스라엘에 막대한 무기를 제공하는 한편 유엔 등 국제 사회에서 이스라엘을 앞장서 비호해왔으나,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면서 양국 정상 간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는 휴전을 비롯해 가자지구 구호 통로 개방 문제, 최남단 도시 라파 진격 문제, 가자지구 전후 구상 등을 놓고 사사건건 대립해 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말 이스라엘이 동의한 내용이라며 이른바 ‘3단계 휴전안’을 발표하는 등 이스라엘을 더욱 강하게 압박했다. 이후 하마스도 큰 틀에서 협상안에 동의하며 휴전 기대감이 높아졌으나, 이스라엘은 갑자기 협상 조건을 바꾸는 등 노골적으로 어깃장을 놓고 있다.

이를 두고 네타냐후 총리가 3개월 남은 미 대선까지 시간을 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적으로는 휴전에 반대하는 극우 세력의 압박을 받고 있는 그가 일부러 협상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미국 대선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바뀌고 있다는 것이 네타냐후의 계산”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첫 임기 당시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이스라엘이 자국 ‘수도’라고 주장하는 예루살렘으로 옮기는 등 이스라엘에 노골적으로 우호적인 정책을 폈다. 국제사회가 ‘불법’으로 규정한 요르단강 서안지구 내 유대인 정착촌 확장도 방관해 왔다. 2020년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가리켜 “이스라엘이 백악관에서 사귄 가장 친한 친구”라고 평가한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하면 가자지구 전쟁 역시 끝내겠다고 공언했지만,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선 현재까지 밝힌 바 없다. 그러나 ‘미국 우선주의’를 주장해온 그가 바이든 대통령처럼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을 의식해 적극적인 중재 및 ‘두 국가 해법’ 등 평화 프로세스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대체적 평가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한 지 11일 만인 지난해 10월18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오른쪽)이 이스라엘을 방문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환영 인사를 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직 사퇴 소식에 “수년간 이스라엘 대한 흔들리지 않는 지지”에 감사를 표했고, 아이작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 역시 “유대인의 진정한 동맹”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을 추켜세웠다. 반면 네타냐후 총리는 특별한 입장을 내지 않았다.

네타냐후 총리는 23일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이다. 다만 네타냐후 총리의 그간 행보로 미뤄볼 때 이 회담 이후에도 이스라엘이 휴전 협상에 적극 나설지는 미지수다. 워싱턴극동정책연구소의 데이비드 마코프스키 연구원은 “그가 현재 미국으로부터 압박을 덜 느끼고 있는 것 같다”면서 “네타냐후는 (레임덕에 빠진) 바이든이 자신을 압박할 처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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